신광초 횡단보도 여러번 건너야
인근 일방통행 도로선 역주행도
구월서초 아파트 공사차량 '몸살'
불법 주정차 많아 안전 사각지대
동막초선 신호위반·과속 문제점
인천 중구에서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실효성 있는 스쿨존 안전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오후 1시40분께 인천시 중구 신광초등학교 앞. 하굣길 초등생들은 횡단보도를 침범한 대형 화물차 앞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있었다. 정지 신호를 지나치고 무리하게 통과하려던 덤프트럭이 경찰의 제지에 뒤늦게 멈춰 선 것이다.
학교 정문을 나오면 곧장 왕복 6차로가 나오는데 통나무, 철골, 컨테이너 등을 잔뜩 실은 화물차들이 쉴새 없이 오갔다. 4일 전 이곳을 지나던 화물차 기사는 직진 차로인 2차로에서 불법 우회전을 해 초등생 A(10)양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3월19일자 4면 보도=스쿨존내 초등생 차에 치여 숨져…횡단보도 건너다, 사고경위 조사)로 22일 구속됐다.
숨진 학생과 또래인 자녀를 둔 학부모는 "학교가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 앞에 있어 인도 대신 횡단보도를 여러 번 건너야 한다. 위험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 등하굣길을 함께 다녔다"며 "이번 사고로 학부모들이 큰 충격을 받고 침통해 하는 분위기"라고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 인근의 또 다른 도로는 일방통행으로 구획됐으나 역주행을 하는 차량이 여러 차례 눈에 띄면서 아이들의 등하교 안전이 우려됐다.
인천의 다른 '스쿨존'에서도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날 하굣길 시간대 남동구 구월서초등학교는 신축 아파트 공사 차량으로 몸살을 앓았다. 학교 후문 사거리 한복판에 멈춰선 25t 덤프트럭은 갑자기 후진한 뒤 다시 비좁은 왼쪽 골목길로 비집고 들어갔다.
학교에서 50m가량 떨어진 아파트 공사장을 드나드는 화물차량이었다. 이 일대는 길가에 불법 주정차한 차량도 많아 운전자가 도로를 건너는 아이들을 미처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인근에서 태권도 학원을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좁은 골목에 차가 오가다 보니 아이들이 위험할까 봐 항상 학원 강사들이 기다렸다가 (학원 차량에 태워서) 데리고 간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대 연수구 동막초등학교 정문 앞 왕복 4차선 도로에선 대부분 차량이 어린이보호구역 내 시속 30㎞ 제한 속도를 준수하지 않았다.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정문 앞에 설치돼있는 과속경보시스템에는 시속 36~41㎞의 속도가 표시됐다.
동막초는 지난해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 합동 점검을 통해 스쿨존 내 우회전 차량의 신호 위반과 과속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민식이법'을 계기로 스쿨존 내 교통안전시설이 대거 설치됐으나 도로 환경과 도시 설계 등 전반적인 사항을 고려하지 않는 이 시설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사고가 발생한 곳처럼 6차선 이상 도로는 도시 기능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데 그렇다면 학교 진출입로를 이전부터 국지도로로 배치했어야 하는 것"이라며 "교통안전시설물만 추가로 설치할 게 아니라 운전자가 스쿨존 진입을 알아챌 수 있도록 도로 선형과 포장 재질 등을 바꾸는 등 전반적인 도로 환경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양·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