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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내 신도시에 '학교용지'로 지정됐지만, 학교가 들어오지 못해 빈 땅으로 놀고 있는 일이 반복되면서 신도시에 입주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부터 학교가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화성 능동1초 부지. 2021.3.22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아파트 개발 초기 확보한 용지, 설립될 것 처럼 조감도 홍보 '혼란 야기'
학생 수요 예측 실패로 중투위 못 넘어… 신도시 곳곳서 '민원 빗발'
정부따라 달라지는 심사도 문제… 도교육청, 방치된 용지 해제요청도


경기도 내 신도시에 '학교용지'로 지정됐지만, 학교가 들어오지 못해 빈 땅으로 놀고 있는 곳은 총 '48곳'이다. 우후죽순 들어선 경기도 신도시 곳곳에 이렇게 학교용지를 확보해놓고도 학교를 짓지 못해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학생들이 갈 학교가 없어 학부모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개발사업 초기 확보한 학교용지가 분양 조감도에는 '학교 설립'이 될 것처럼 표시해놓고 막상 학생수요가 충족돼야 학교 설립을 위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중투위)에 신청할 수 있어 혼란을 야기하는 데다 정부 정책에 따라 설립 방향도, 중투위 심사기준도 달라져 번번이 심사에서 떨어져 학교설립이 무산되기 때문이다.

22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아직 학교가 들어오지 못한 학교용지는 도내 48곳(초등학교 15·중학교 15·초중통합 2·고등학교 14·중고통합 2)에 달한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0곳은 중투심에서 2번 넘게 고배를 마셨고, 10년 이상 학교용지로만 잡힌 채 텅 빈 곳도 30곳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학교용지 지정 당시 예측한 세대 수가 모두 분양을 시작해 학생수요를 충족해야 중투위 심사를 신청할 수 있는데 그 기간이 길어 불확실성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학교용지 확보는 학생 수요 산정으로 시작되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설치기준을 준용, 보통 4천~6천 세대당 초교 용지 1곳을 확보한다. 이후 교육환경평가와 학교설립계획심의위원회, 자체 재정투자심사, 중투위를 거쳐 설립 예산을 확보하면 학교 설립에 청신호가 켜진다.

그러나 시흥 장현1초의 경우 지난해 4월과 12월 중투심에 도전했지만, 2번 모두 재검토됐다. 당시 시흥교육지원청은 4천740세대에서 1천168명의 학생이 발생할 것이라고 봤지만, 교육부는 설립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부대 의견으로 설립에 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먼저 분양을 받아 입주한 인근 주민들은 텅 빈 학교 용지만 바라보면서 교육지원청과 교육청으로 민원을 넣는 일이 반복되기 일쑤다. 특히 분양 당시 확보한 용지를 내세워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고 홍보해 학부모들이 입주를 결정했지만, 학생 수요 예측 실패로 교육부 중투위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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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내 신도시에 '학교용지'로 지정됐지만, 학교가 들어오지 못해 빈 땅으로 놀고 있는 일이 반복되면서 신도시에 입주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부터 학교가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화성 능동1초 부지. 2021.3.22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더불어 정부 정책 기조가 달라지면서 용지는 확보해놓고 설립이 안 되기도 한다. 화성 능동1초는 지난 2016년부터 2년 동안 4번 중투심에 올랐지만, 모두 재검토 판정을 받았다. 심지어 유발 학생 수도 개발 초기 885명에서 1천111명으로 늘어났는데도 재검토 대상이 됐다.

결국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은 학교 신설을 포기하고 화성 벌말초를 능동1초 부지로, 진안중을 벌말초 부지로 이전하는 등의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당시 OECD 기준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는 기조로 인근 학교로 배치하겠다는 수요 협의에서 용지확보로 변경해 개발을 시작했는데, 현재 정부에서는 1천111명의 학생 수요가 있는데도 재검토가 반복돼 이전 계획으로 전환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학교용지가 방치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용지를 해제하고 도서관 등을 세워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기도 한다. 최근 3년간 학교용지 21곳에 대해 도교육청은 용지 해제요청을 하기도 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학령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경기도의 경우 변화 추이가 달라 수요 예측·산정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