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메타버스시대 따라가려면
실감콘텐츠관련분야 기술개발 시급
코로나로 예술·엔터테인먼트 산업
신기술과 융합되는 시기 더 빨라져
한류콘텐츠에 도입 영향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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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
코로나19로 인하여 비대면 경제가 확산되면서 온라인거래플랫폼 기업인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을 통하여 기업가치가 1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수혜를 누리게 되었다. 아직까지 엄청난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 코로나라는 변수가 없었더라면 과연 이러한 뉴욕증시의 상장이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지금까지 막연히 미래에 가능할 것이라 여기던 많은 일들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으며 그 중의 하나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함께 공존하는 메타버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실세계와는 평행인 또 다른 디지털 트윈의 세계이거나 또는 완전히 다른 지배법칙 (또는 세계관)을 가지는 메타버스 세계 속에서 새로운 고민거리는 바로 무한 복제가 가능하며 원본과 복사본을 구별할 수 없는 디지털의 세상 속에서 어떻게 원본의 권리를 보존하며 아이덴티티를 지켜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동안 디지털권리관리(DRM·Digital Rights Management)를 위하여 출판자 또는 저작권자가 그들이 배포한 디지털 자료나 하드웨어의 사용을 제어하고 이를 의도한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을 개발하여 왔지만 콘텐츠와는 독립적으로 복사를 방지하거나 사용기간을 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추진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 블록체인기술을 이용하여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NFT)은 디지털 파일에 대한 소유권을 블록체인상에 저장함으로써 위조 및 변조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영구 보존하고, 그 소유권을 탈중앙화한 형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그동안의 암호화폐는 본질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아 실체에 대한 논란이 많았으나, NFT의 경우에는 게임, 음악 그리고 가상공간에서 거래되는 모든 아이템의 거래에 사용될 수 있으므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예술경매시장을 뒤흔든 사건이 발생했는데, '비플'이라 불리는 디지털화가 '마이크 윈켈만'이 경매에 부친 작품이 무려 6천930만 달러(약 785억원)에 낙찰되어 모두를 놀라게 하였다. NFT는 유일무이의 대체 불가능성을 입증하므로 디지털 세계에서의 진본임을 효과적으로 보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NFT라는 '디지털 정품인증서'가 보편화되면 메타버스의 모든 디지털 자산들이 실세계에서처럼 거래되는 새로운 경제계가 열리게 되며 실세계에서의 자산에 덧붙여 가상세계에서의 디지털 자산이 더해지게 될 것이다. 만약에 BTS가 가상세계에서 멤버들의 캐릭터들에 NFT를 적용하여 팬클럽인 '아미'들에게 제공한다면 그 가치는 엄청날 것이며 아마도 이러한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최근 게임엔진 '언리얼엔진'으로 유명한 에픽게임즈에서 새로운 기능을 부가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메타휴먼' 크리에이터라는 것으로 진짜 사람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정밀성을 가지고 가상세계에서의 '사람'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여기에 표정이나 동작, 목소리 등을 인공지능기술로 부가함으로써 진짜 사람처럼 여겨지는 인물을 가상세계에 등장시킬 수 있게 되었다. 가상현실을 넘어 진정한 혼합현실(Mixed Reality)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물론 현재는 게임의 캐릭터나 영화를 제작하는데 사용되지만 더 나아가서는 가상배우, 가상 인플루언서 등이 광고 등 다양한 콘텐츠에 나오게 될 것이다. 그간 딥페이크 등으로 AI를 이용한 진짜 같은 가짜에 대한 우려가 많았으나 만약 NFT를 적용한다면 디지털 정품을 가릴 수 있어 딥페이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새로운 메타버스의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실감콘텐츠와 관련된 분야의 인력양성과 기술개발이 국가적인 과제이다.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이제 새로운 기술과 융합되는 시기가 코로나19로 말미암아 한층 빨라지게 된 것이다. 이제 한류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이때에 새로운 기술을 과감하게 한류 콘텐츠에 도입함으로써 한류의 영향력을 더욱 키우는 기회로 삼는다면 이야말로 코로나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이남식 서울예술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