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MZ세대의 명품 플렉스 현상을 분석하고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20·30세대의 명품 소비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신세계 백화점의 지난해 20·30대의 명품 구매 비중이 전체 명품 매출의 50%를 넘었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에는 '알바비'를 모아 샤넬 등 명품을 구매한 인증숏이 넘쳐난다. 유튜버에는 10대들의 명품 플렉스 영상들이 즐비하다.
미국 프로복서 메이웨더의 돈 자랑은 악명이 자자하다. 전용기와 슈퍼카, 침대 위에 돈다발을 쌓아 놓은 사진을 SNS에 수시로 올렸다. 흑인 힙합 뮤지션이나 래퍼들의 돈다발 스웩은 성공의 인증숏처럼 유행했다. 토종 래퍼 도끼도 슈퍼카와 돈다발 스웩에 합류해 화제가 됐었다. 대중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주목한다. 악평도 대중 스타에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스웩은 화제의 중심에 서기 위한 방편으로, 불우한 시절에 대한 보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MZ세대의 명품 플렉스는 셀럽들의 스웩과는 결이 다르다. 영상 SNS로 연결된 디지털 세상의 문화 현상으로 보인다. 디지털 세상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좋아요'를 받을 수 있는 영상을 끊임없이 올려야 한다. 명품은 주목의 수단이다. 열악한 노동의 대가인 알바비를 명품 지갑과 의류에 '플렉스'하는 행위는 미래를 포기하고 오직 오늘에 집중하는 강제된 카르페 디엠 현상일지 모른다. 기업은 물론 학계에서도 미래 예측을 위해 MZ세대 분석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하지만 MZ세대의 명품 플렉스가 지속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알바비 샤넬 플렉스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명품 기업들은 제품 차별화로 일회성 명품 소비를 차단하고 나설지도 모른다. 누구나 플렉스 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명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억대 슈퍼카 맥라렌 운전자가 진로를 방해했다며 소형 수입차 '미니' 운전자 가족에게 끔찍한 폭언을 날렸다. "얘들아 너네 아버지 거지다 알겠냐. 그래서 이런 똥차나 타는 거다. 평생 이런 똥차나 타라." 맥라렌 차주는 소형 수입 명품인 '미니' 소유자를 차별하고 모욕했다. 차의 시가를 계급과 권력으로 착각한 천박한 언행이다.
MZ세대 명품 플렉스에도 명품의 서열화와 차별이 난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MZ세대의 명품 플렉스는 이래저래 눈여겨볼 이상 현상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