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주택자들은 내 집 하나 얻고자 '영혼까지 끌어모아'도 마땅히 손에 잡히는 곳 하나 없는데, 공기업 직원들과 공직자들은 사전에 취득한 개발 정보를 통해 땅을 사고 몇 배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취했다니 국민들의 상실감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정부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관련 공직자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며 "불법 투기 적발 시 강력한 사법 처리와 투기 이익을 반드시 환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탄생한 현 정부에서 공직자들의 부패와 부조리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민심 악화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사이 정부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을 테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럼 과연 어느 쪽이 이길까?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수차례 부동산 시장 안정을 강조해 왔고 투기에 대한 강한 대처를 주문했지만 정작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
스무 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이 무위로 끝난 상황에서 이번 공직자들의 부조리와 일탈은 정부의 공공택지 개발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번지고 있다.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은 국민들의 정책 불신이 앞으로 시장에 가져올 더 큰 혼란과 부작용에 걱정스러울 뿐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고사성어처럼 늦었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아무쪼록 어떤 부조리·부패와의 전쟁에서든 '공정과 정의'가 반드시 살아남길 바란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