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기초단체서 진행 중 인천은 40억 배정
문제는 무원칙·행정 편의·타분야 공모에
대거 기획사들까지 선정… 본래 취지 무색

공공미술프로젝트는 2009년부터 시작했던 '생활공간 공공미술로 가꾸기 사업-마을미술프로젝트'에 근간을 두고 있다. 그러나 성격은 많이 다른데, 큰 차이는 특정 지역을 선정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지역 작가들의 일자리 창출에 우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미술인으로서의 자세나 작품성의 부실 등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점을 지적하는 것보다 각 지자체의 원칙 없는 시행 등에서 오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듣고 경험했던 부분 안에서 쓰고자 한다. 세 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겠다.
첫째, 각 지자체별로 공모방법과 일정 그리고 조건 등이 모두 다르게 이뤄지고 있다. 지역 문화재단이 있는 경우에도 해당 구 예술단체를 상대로 공모한 경우와 인천 전역에서 공모한 경우가 있었으며, 문화재단이 없는 구는 해당 구의 예술단체들에 공문을 보내고 구청 홈페이지에 공지해 공모하는 형식을 취하는 등 다양성으로 지역 작가들의 당락에 큰 차이를 가져왔다.
둘째, 공모조건 역시 지자체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벽화와 조각으로 지정해 공모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사진부문까지 확대해 공모했던 경우와 지자체에서 하고자 했던 지역사업(조형물)을 지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구에서는 선정된 팀의 프로젝트 안에 음악공연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성격조차 이해가 안 되었다. 또한 지자체별로 4억원의 예산을 가지고 한 팀에게 4억원을 통째로 지원하는 경우부터 1억원씩 4팀을 공모하는 경우까지 매우 다양했다. 심지어 어떤 구는 응모팀이 많아서 1팀에 7천만원, 8천만원 등의 사업비를 지원하는 등 지역·사업별 조건에 따라서 정했다기보다는 행정 편의에 따른 것으로 보여서 아쉬움이 컸다. 인천근교 타 시에서는 기획안의 부실을 이유로 응모했던 모든 팀이 탈락해 재공모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공모 조건에 '작가(팀)의 제안서 및 실행계획서는 심사위원과 자문단 의견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는 만큼 탈락시키는 것보다는 조건부 선정이라도 하여 지역 미술인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것이 좋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기획에 취약한 지역 작가들이 탈락했으며, 일부 작가만을 넣은 기획사들이 대거 선정됐다. 이 프로젝트는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지역 작가들의 예술활동 활성화가 근본 목표라고 볼 때, 그 중심에 지역작가가 있어야 함에도 기획사의 기획안대로 작업만 해야 하는 고용인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공공미술프로젝트는 단발성 사업으로 3~4개월 정도의 보수를 받고 일을 마쳐야 하는 작가 입장에서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었다는 이유로 얼마 전 지급되었던 제3차 재난지원금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으며, 차후에도 이런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었음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술인들에게 단비 같은 사업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차후 이런 프로젝트가 또 시행된다면 지자체마다 다른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자유로운 수행을 보장하면서도 지역 작가들의 보호 등의 문제점이 있었던 부분에서 지침 등 확실한 보완책을 만들어서 내실 있고 공정한 문화뉴딜사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술인 스스로도 그동안 마을미술프로젝트를 해오며 지적받았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노력함으로써 개인의 작은 이익보다는 공익사업에 기여한다는 자긍심을 가졌으면 한다.
/서주선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