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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경북 지역 유력지인 매일신문 만평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종부세, 재산세, 건보료를 5·18 계엄군으로 의인화해 9억 초과 1주택자를 곤봉으로 진압하는 만평이, 광주 민주화운동을 모욕했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한 것이다. 매일신문은 즉각 온라인판에서 만평을 삭제하고 광주시민들에게 사죄했다. 매일신문 노조와 기자협회는 사측에 만평 작가의 교체를 요구했다.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해야 할 기본권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언론마저도 제한 없이 향유하지는 못한다. 문제의 만평은 광주·전남지역 언론과, 언론·시민단체는 물론 사내(社內) 여론의 비판에 삭제되는 수치를 당했다. 표현의 자유가 생각이 다른 표현의 자유에 의해 견제되는 사상의 자율 경쟁 원리가 작동한 셈이다.

그런데 사상의 자유시장 원리를 벗어나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심란해진다. 청와대엔 매일신문 처벌을 원하는 국민청원이 올랐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자를 처벌하도록 지난 1월 시행된 5·18 왜곡 처벌법을 염두에 둔 청원인 듯하다. 하지만 청원대로 법적 처벌을 시도하면 만평 사태가 기본권 사태로 전환될 수도 있다. 입법 당시 민주화운동으로 국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느냐는 지성인들의 반발을 상기해봐야 한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캠페인을 선거법으로 가로막았다. 공동행동은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연합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왜 하죠? 우리는 성 평등에 투표한다"라는 주제로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었다. 선관위는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거나 "성 평등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떠올릴 수 있다"는 이유로 캠페인을 불허했다고 한다. 성 평등은 이번 선거의 핵심 키워드다. 여야 후보 토론에서도 뜨겁게 다뤄질 것이 확실하다. 시민단체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유권자의 판단의 자유를 불허한 선관위의 법 해석이 작위적이고 일방적이다 싶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말할 자유, 생각의 자유를 잃으면 그냥 동물이 된다. 매일신문 만평을 법대에 세우는 일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선관위는 여성단체의 선거 캠페인을 시민이 주인인 사상의 자유시장에 맡겨두길 바란다. 법으로 사람의 머리와 심장 속을 재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