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75℃이하 보관·진동에 취약
운송이 어려워 '센터에서만 접종'
농사·조업 바빠… 1일 숙박도 부담
"확진자 한명 없는데 굳이…" 불만
AZ백신 맞을 수 있게 정부 건의도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만 75세 이상 노인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놓고 인천 옹진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 계획에 따라 이들은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 하지만 옹진군은 이 백신을 섬 지역으로 운반할 수 없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먼 육지까지 나와 접종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옹진군은 지역에 거주하는 만 75세 이상 노인 2천400여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 등 도서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은 배를 타고 와 인천 도심에 있는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을 접종받게 된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5℃ 이하에서 보관해야 해 초저온냉동고가 설치된 예방접종센터에서만 접종할 수 있다. 또 진동에 취약해 연안여객선으로는 운송이 어렵다.
화이자 백신을 맞으려면 반드시 육지로 나와야 하는 탓에 백신 접종 수요 조사에서 접종 대상인 노인들은 대부분 난색을 보이고 있다는 게 옹진군청 담당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고령의 노인들은 여객선을 타고 장시간 이동해 도시로 나오는 것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또 백신을 맞으려면 최소 이틀 이상 육지에 머물러야 하는 것도 화이자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더군다나 올 농사를 시작하고 조업도 준비해야 하는 바쁜 시기인 만큼 집을 오래 비울 수 없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만약의 상황을 고려해 예방접종센터 인근에서 하루 숙박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옹진군 관계자는 24일 "일부 주민들은 '옹진군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는데 굳이 (확진자가 많은) 도시로 나가야 하느냐'는 불만도 나타내고 있다"며 "차라리 섬에서도 맞을 수 있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받겠다는 주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백령도와 연평도 등 3~4시간 동안 배를 타야 육지에 올 수 있는 섬에 거주하는 백신 접종 대상자들은 더욱 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백령면사무소 관계자는 "백신 접종 대상자 중 20% 정도에 대한 조사를 마쳤는데, 화이자 백신을 맞겠다는 주민은 단 1명밖에 없었다"며 "봄철에는 날씨 때문에 배가 뜨지 않는 날이 많다 보니 백신을 맞더라도 언제 집에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는 것 같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사정이 이렇자 인천시와 옹진군은 섬 주민들을 대상으로 AZ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뿐 아니라 전남지역 섬 지역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건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정책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