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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작황부진으로 고추가격이 2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장보기가 무서워졌다는 수원 영동시장 고객들. 2021.3.24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작년 늦장마후 작황부진 '급상승'
250g 청양고추 2천원으로 '껑충'
김치재료 같이 올라 시장 '한산'
대형마트들 품질·서비스로 승부

"고추가격이 너무 올라서 장보기가 겁나요."

24일 수원 영동시장에 반찬거리용 채소를 사러 온 배근희(83)씨는 청양고추 한 봉지를 들었다가 가격을 보고 놀라 도로 내려놨다.

250g에 1천300~1천500원이던 청양고추 가격이 지난해 가을 늦장마 직후부터 파죽지세로 올라 이날 2천원으로 뛰어올랐다.

근처 미나리광시장에서 건고추, 고추장, 고춧가루 등을 파는 한 상회도 손님이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600g에 1만8천원이던 경북 영양산 태양초 고춧가루는 이날 2만5천원을 호가했다.

이 가게 대표 이모(64)씨는 "지난해 작황 불황으로 크게 올랐던 가격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같은 시장에 위치한 김치와 젓갈 가게도 매출이 예년의 3분의1토막이 났다며 울상이었다. 가게 대표 김오순(61)씨는 "고추, 양파, 마늘 등 김치 재료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서 김치도 덩달아 비싸져 손님들이 구매를 망설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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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작황부진으로 고추가격이 2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가격 대신 '신선도'로 승부를 보기 시작한 홈플러스 성남 오리점. 2021.3.24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고추 가격이 전례 없이 오르면서 대형 마트는 가격 대신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하는 전략을 세웠다.

홈플러스 성남 오리점은 최근 고추 매출이 급격히 줄자 발주량을 줄여 신선도를 확보하고, 구매한 고추의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교환·환불해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또 입고 3~4일이 지난 상품은 30~50% 할인 판매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이날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고추 생산량은 6만t으로 평년(7만8천t)보다 23% 줄었다.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해 2월 풋고추 도매가격은 ㎏당 9천666원으로 평년(5천405원)보다 80% 오르고 꽈리고추 역시 지난 23일 ㎏당 8천25원으로 평년(5천745원)보다 39% 올랐다.

정부는 비축물량을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하루 3t을 푸는 등 고추 수급 안정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 달 건고추 가격은 '상승심각' 판정을 받았다.

aT 관계자는 "개학으로 급식 등 새로운 수요가 발생했고 수확 시기가 가을이어서 즉각적 공급이 어려운 고추의 특성상 다음 달에도 '상승심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