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 보호사
지난 24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의 한 공원에서 요양보호사 조모(56)씨가 가족 중 한 사람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가족을 돌봐야 하는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5세 B군과 놀아주고 있다. 2021.3.24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법당 도착후 방호복 등 '완전무장'
거동 불편한 대상 '혈액 투석'도
식사·목욕·운동 '도움' 소독까지

1주일째 가족과 떨어진 5세 아동
"유튜브 보길래 밖에 데리고 나와"
부평센터는 어르신·아동 8명 지원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인복드림종합재가센터 소속 요양보호사 이모(47)씨는 지난 24일 오전 9시께 인천 부평구의 한 법당으로 향했다. 그는 목적지에 다다르자 가방에서 방호복·마스크·페이스실드 등을 꺼내 썼다. 이씨는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게 싸매고 '완전 무장'을 하고 나서야 발걸음을 뗐다.

이씨를 기다리는 사람은 코로나19로 자가격리 중인 70대 스님 A씨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데다 혈액투석을 하고 있어 주변의 도움이 절실한데 2주간이나 홀로 생활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이처럼 코로나19 여파로 긴급 돌봄 수요가 생겨나자 인복드림종합재가센터는 지난달 2일부터 A씨 사례와 같이 자가격리자로 분류됐으나 돌봐줄 사람이 없는 노인·아동 등을 긴급 지원하고 있다. 자가격리자의 식사부터 목욕·운동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도움을 주고 있다.

이씨는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로 10여년째 노인 돌봄·간호를 맡았던 전문가답게 A씨의 체온 측정을 시작으로 건강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 베테랑 요양보호사인 그도 코로나19라는 상황 속에서 누군가를 돌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얼마 전엔 스님이 '된장국이 먹고 싶다'고 하셔서 끓여드렸는데 마스크를 벗지 못하니 짠지, 싱거운지 간을 못 봤어요. 스님한테서 '정말 맛있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으니 그제서야 마음이 놓였어요."

이씨는 "몸이 안 좋은 분이라서 내 가족이 먹는 것보다 더 정성 들여 만들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스님이 주방에서 식사하면 이씨는 서둘러 그가 머물던 방을 청소하고 소독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부평구의 한 공원에서 만난 인복드림종합재가센터의 요양보호사 조모(56)씨는 다섯 살인 B군과 함께 공 차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B군은 일주일째 엄마와 떨어져 지내고 있다. 엄마가 자가격리된 동생을 돌보기 위해 함께 격리됐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들은 아침부터 초저녁까지 돌아가며 B군을 돌본다.

조씨는 "첫날엔 집에서 학습지 숙제를 봐주고 함께 그림도 그렸는데, 어느새 심심한지 유튜브를 보길래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며 가여워했다.

조씨는 2시간 가까이 놀이터에서 모래 놀이를 하고, 그네·미끄럼틀을 타는 B군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이날 공놀이를 좋아하는 B군을 위해 라켓으로 공을 주고받는 캐치볼 장난감을 준비하기도 했다.

조씨는 "자식 키운 이후에 수십년 만의 육아인데, 온종일 따라다녀도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며 "아이가 의젓해서 엄마 보고 싶다는 말도 안 하지만 내심 걱정하고 있을 거 같아 안쓰럽다"고 했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산하기관인 인복드림종합재가센터는 부평센터와 강화센터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부평센터는 그동안 코로나19로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과 아동 8명에게 긴급 돌봄 서비스를 지원했다.

김하나 인복드림종합재가센터 부평센터장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시민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역 기관들과 적극적으로 연계해 대상자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긴급 돌봄 서비스를 원하는 시민은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하면 된다. 문의: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코로나19 긴급돌봄지원단(032-721-6995)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