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3월 통큰기사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지면. /경인일보DB

'북핵 실험 갈등' 전면 가동 중단
입주기업들은 경영난 '존폐 위기'
美中 냉전체제 속 재개 쉽지 않아
접경지역들 '평화특구 조성' 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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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북 정상이 함께 산책하며 마주 앉아 이야기하던 그 장면을 잊지 못합니다. 지난 과거를 벗어나 나아갈 미래를 함께 고민하던 그 모습을 보며 곧 우리 민족에 봄날이 올 것을 기대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개성공단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반도 분단 이후 최초의 대규모 남북경제협력 사업이었던 개성공단은 머지않아 남과 북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하며 교류하는 날이 올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하지만 봄날은 쉽게 오지 못했습니다. 마주 잡았던 정상들의 손은 놓아진지 오래고, 다시 날이 선 비난만이 휴전선을 오가고 있습니다.

공단을 연 이래 매년 성장만 해오던 개성공단도 2016년 2월11일, 중단조치 이후 모든 것이 멈췄습니다. 개성공단을 매개로 경제도, 평화도 다시 부흥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멈춰 섰습니다.

경인일보는 3월호 통큰기사 '개성공단 폐쇄 5년 멈춰버린 평화시계'를 통해 개성공단의 현주소와 미래 가능성을 돌아보았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일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은 북한 사회는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사람사는 세상'이었습니다.

여느 출근길 풍경처럼 출근버스를 타고 북한 노동자들이 공단에 출근하면 남북 노동자들은 한 공간에서 일했습니다. 일을 하며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자식들은 공부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등 시시콜콜한 사람사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식사는 함께 할 수 없었지만 춘궁기에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북한 노동자들이 많아질 땐 남측에서 제공하는 국이 '잔치국수'로 변경돼 제공되기도 했습니다.

공단 종합지원센터 내 급식소에서 영양사로 일했던 김민주씨는 "남북이 공단에서 당국회담을 진행할 때 갑자기 인원이 늘어 밥이 부족해져 새로 밥을 하려고 하자 북한직원들이 라면을 먹자고 했고, 처음으로 그들과 부엌에 다같이 둘러앉아 식사를 했다"며 따뜻했던 기억을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평화시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한 데 이어 2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우리 정부가 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자금이 핵·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걸 막겠다는 명분으로 공단가동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곧바로 성명을 통해 공단 전면폐쇄를 선언했고 겨우 직원들 개인 짐만 챙겨올 정도로 급하게 공단을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5년, 개성공단은 여전히 굳게 문이 닫혔습니다.

평화에 모든 것을 걸고 개성공단에 입주한 사업체들은 지금 존폐 위기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초기 비용만 200억원을 투자해 개성공단에 입주한 자동차 부품전문 제조업체는 세계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했던 강소기업에서 개성공단 폐쇄 이후 기업회생까지 들어갈 만큼 어려워졌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월 실시한 '개성공단 가동중단 5주년 입주기업 조사'에서도 입주기업 중 5곳이 폐쇄했고 11곳은 서류상 기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입주기업 중 76.6%는 공단 폐쇄 직전인 2015년에 비해 매출이 대폭 감소했고 6만여명의 근로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의 재개를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냉전체제가 계속되고 있고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공단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물밑에서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인천시, 강원도 등 북한 접경지역 지자체들이 '평화경제특별구역'을 조성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법률 제정도 촉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에 명운을 걸었던 기업과 노동자들은 "우리 국민이 개성공단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 내며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 두 손을 마주 잡을 수 있을까요. 개성공단을 주제로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해 봅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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