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 남동유수지 인공섬에 터잡아
빗속에도 눈떼지못하는 시민 탐조대
엽서에 詩 남기는 초등생 "건강하길"
EAAFP "새 번식공간 마련이 중요"
저어새가 고향인 인천으로 돌아왔다.
지난 27일 오전 인천 남동구 남동유수지 인근에 있는 저어새 생태학습장과 탐조대에서는 '저어새 환영잔치'가 열렸다.
저어새는 전 세계 약 4천800마리만 남은 멸종위기종이다. 대만, 홍콩 등에서 겨울을 나고 매년 3월께 남동유수지 인공섬 등 한국으로 돌아온다. 저어새는 4~8월 초 번식한 뒤 11월께 다시 한국을 떠난다. 다시 고향을 찾은 저어새들을 보러 이날 빗방울이 떨어지는 흐린 날씨에도 학생, 학부모 등 시민 3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탐조대에 있는 망원경으로 인공섬에서 쉬고 있는 저어새를 관찰했다. 저어새를 처음 본 어린 학생들은 신기하다는 듯 망원경에서 손을 놓지 못했다.
엄마, 남동생과 함께 온 김하민(10)양은 자신과 나이가 같은 저어새가 이곳 남동유수지에서 태어났고 매년 이맘때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어새'를 제목으로 한 시를 엽서에 적었다.
김양은 "엄마가 새 도감을 사줘서 사진으로 봤는데 진짜로 부리랑 얼굴이 새까매서 신기했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저어새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인천에 있는 동안 저어새가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며 해맑게 웃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저어새 관련 활동에 참여해 왔다는 강미라(20·여)씨는 "개발 등으로 습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저어새 같은 멸종위기종 동물이 살 곳을 잃고 있는데 이렇게 매년 찾아와주는 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번엔 아빠와 함께 왔다"는 강씨는 "많은 사람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로 한국에서 부화하는 저어새들은 대부분 인천에서 나고 자란다.
국제기구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사무국 주관으로 (사)한국물새네트워크가 지난해 말 발행한 '저어새 전국 모니터링과 서식지 이용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내 18개 섬에서 최소 1천548쌍이 번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1천280쌍(82.8%) 정도가 인천에서 번식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지난해 인천 강화군 각시암에서 알 상태로 구조해 인공 부화한 저어새 4마리 등 모두 5마리를 방사했는데, 이 저어새들의 근황을 파악한 모니터링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인간의 도움으로 멸종위기종 저어새가 인공 부화하고 길러진 뒤 야생으로 방사된 것은 세계 최초의 일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해 환경정화 활동을 펼친 EAAFP 사무국 더그 왓킨스(61·Doug Watkins) 대표는 "인천은 저어새 번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어새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선 남동유수지 인공섬과 같이 새롭게 번식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며 "인천시뿐 아니라 세계 전문가들과 모니터링 결과를 공유하는 등 저어새 보호를 위한 국제적 협력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