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6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무장한 민간인들이 경찰서와 관공서를 습격했다. 진압과정에서 위구르 독립운동가와 경찰, 시민 24명이 희생됐다. 이듬해 이곳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추호도 자비를 베풀지 말고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후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 재교육 수용시설을 운영 중이다.
영국 BBC는 지난달 충격적인 인권침해 내용이 담긴 위구르 수용소 탈출 여성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2018년까지 9개월간 수용소에 감금됐던 이 여성은 "매일 밤 여성들이 끌려나가 정장 차림에 마스크를 쓴 중국 남성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나도 세 차례 당했다"고 증언했다. 이 여성은 미국에 망명했다. 또 다른 피해 여성은 "강제로 피임기구를 신체에 삽입하거나 20세밖에 안 된 여성도 '백신'이라 불리는 주사를 15일마다 맞으며 불임 시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인권 유린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신장의 수용시설은 '감금 시설'이 아니라, 직업교육과 훈련 센터"라며 "중국 정부는 모든 소수 민족의 권익과 특히 여성들의 권리 보호를 매우 중요시한다"고 밝혔다.
위구르 사태는 서방과 중국의 충돌로 비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미국·캐나다·영국은 신장 공안국 고위관료 4명에 대한 제재를 동시 발표했다. 중국은 당일 유럽연합 측 인사 10명과 단체 4곳을 제재하는 것으로 보복에 나섰다. 26일엔 영국 인사 9명과 단체 4곳에 대한 제재도 발표했다.
55개 소수민족 자치구는 중국 전체 면적의 3분의2를 차지한다. 중국 정부는 이들을 우대하는 등 유화정책을 쓰고 있으나 한편으론 교묘하고 집요한 수법으로 민족성을 말살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종교 탄압으로 알려진 티베트와의 분쟁이 대표적이다. 이슬람 문화권인 위구르는 독립주의자들의 준동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에 티베트와 위구르는 풀리지 않는 골칫덩이다. 서방세계는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과 무력 사용, 인권 유린 사태를 비판한다. 외교 갈등이 증폭되는 건 중국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다. 중국은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국 연합체 '쿼드(Quad)'를 추가 제재할 것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외교도 중국이냐 서방 연합이냐 선택을 강요받을지 모른다. 외교 환경은 아직 봄이 아니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