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정당정치 유지, 국민이 권한위임 불구
집권당, 유불리 따른 법안통과… 여론 악화
서울·부산시장 보선 고작 네거티브전 의지
압도적 다수에도 초라한 상황 통절 반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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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
행정부와 의회 권력을 가진 집권당이 야당의 반대로 국민 일반이 지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때 몇 개의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 의회 다수를 확보했음에도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여당의 의지 빈곤과 정당 리더십의 부족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둘째, 여당이 야당과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묵시적으로 공유하는 경우일 수 있다. 셋째, 다수결 정치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으나 합의제 민주주의를 지향함으로써 야당의 동의를 얻어내려는 다수당의 민주주의 철학의 관점이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들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에 부합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법안들을 야당의 동의 없이 처리했다. 압도적 다수를 만들어준 국민의 명령이라는 명분이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사건의 부도덕한 부동산 경제 교란 행위로 이해충돌방지법이 이슈로 떠오르자 여야가 법 취지에 공감했으나 부패청탁금지법 제정 당시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피해가던 국회가 또다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사후 규제인 청탁금지법에 비해 이해충돌방지는 사전규제라는 이유와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포함 여부가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지만 집권세력이 강단 있게 검찰 관련법을 밀어붙이던 때와 다르다. 그러나 몇 개의 쟁점법안에 대해 여당이 여야 합의를 배제하고 단독으로 처리한 것에 대한 부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셋째 경우에 해당한다.

이해충돌방지와 관련된 사안은 청탁금지법을 만들 때 핵심적인 사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껴갔고 그나마도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민원을 최전선에서 직면해야 한다는 이유로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에서도 배제됐다.

결국 이번에도 여야가 이해충돌법 통과에 소극적인 것은 여야 모두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는 첫째와 둘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핵심 가치는 주권자의 의사다.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이 어떠한 정치세력에게 권한을 위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선거는 정당정치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임은 말할 것도 없다. 지방선거는 지방정부의 대표를 선출하는 기능도 있지만 중앙정부에 대한 평가의 의미를 배제할 수 없다.

서울과 부산 시장을 뽑는 보궐선거가 진행 중이지만 두 광역단체의 수장을 결정한다는 의미 못지않게 중앙정부의 집권기간 동안의 평가의 의미를 띠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본래 지방선거는 총선과 대선 사이에서 정권에 대한 중간심판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정당들로서는 결정적 변곡점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회고적 투표의 성격이다.

모든 선거의 결과는 개표가 끝나야 알 수 있지만 이번 보궐선거 전반을 관통하는 프레임은 정권심판론임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의힘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율을 구가하던 집권당의 초라한 현재의 상황에 대해 집권세력은 지방선거의 결과와 관계없이 통절하게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안은 국민의 의지를 내세워 강행 통과시키고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동의는커녕 청문보고서 채택도 되지 않은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다반사로 하는 행태,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내로남불은 윤석열의 검찰총장 사퇴와 LH 투기 사건으로 결정적 여론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네거티브 선거전략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린 것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다수결의 원칙을 내세우다가 이에 맞지 않으면 야당과의 합의를 강조하는 이중잣대로는 민심에 다가갈 수 없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다르지 않지만 국정운영의 주체는 집권세력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을 비롯하여 대중일반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다가갈 때만이 내년 대선을 기약할 수 있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