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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여당은 박정희 정권의 연장을 위해 대통령을 3기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개헌안을 만들었다. 야당과 재야단체는 저지운동에 나섰으나 막아내지 못했다. 정부는 데모대열에 가세한 대학생들을 강제로 입대시키는 등 강경 대응했다. 이후 저항과 투쟁이 이어지면서 정치인과 대학생들이 희생되거나 구속됐다.

'민주화운동 보상법'은 '3선 개헌'과 권위주의 통치에 저항한 민주화운동 관련자와 유족들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위함이다. 1999년 국회에서 제정됐으며, 국무총리 소속의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가 관련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금을 심의·결정한다. 보상 종류는 사망자와 상이자의 보상금, 상이 의료지원금, 생활 지원금으로 구분된다.

국회의원 73명이 지난 26일 '민주유공자 예우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설훈 의원이 대표 발의자로, 유신반대투쟁과 6월 민주항쟁 등 국민 기본권 신장에 이바지한 유공자를 예우하는 내용이다. 법률로 인정받은 민주유공자와 유족, 가족에 대해 교육·취업·의료·양로·양육 지원을 한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운동권 특혜 논란으로 좌초했다. 운동권 자녀 등에게 취업 특혜를 준다는 내용이 쟁점이 됐다. 지원 대상자 선정과정이 애매하고, 혜택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를 21대 국회가 재발의한 것이다.

법안은 대상 범위를 유신반대와 6월 민주항쟁까지 확대하려 한다. 민주화운동 공헌자와 유족, 가족에게 국가가 합당한 예우를 하겠다는 취지다. 자녀에 대한 취업 혜택은 제외했다. 반면 수혜대상을 대폭 늘려 민주화 운동을 이유로 유죄 판결, 해직, 퇴학 처분자까지 포함했다.

SNS에선 비판 여론이 거세다. 대학 때 학생운동을 한 경력으로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특혜를 세습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혜 대상에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보여 '셀프 특혜'란 말이 나온다. 민주당 출신 김영환 전 의원은 부끄럽다며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를 반납했다. 설훈 의원은 30일 이 법안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발의 나흘만이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의식해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여권에서도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른 법안을 섣부르게 발의했다가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LH 사태와 부동산 파문으로 고전 중인 여당과 후보들에게 악재가 추가됐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