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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인기인들의 삶은 실제로 고단한 경우가 많다. 최근 연예계와 체육계를 강타한 학교폭력 시비로 구설에 오르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기 일쑤다. 특히 비극의 끝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사례는 가슴 아프다. 악플에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구하라와 설리는 뒤늦게 유산을 차지한 모친과 부친으로 인해 영혼마저 시달렸다. 양육을 포기한 부모에게 자식의 유산 상속을 막자는 '구하라법' 제정 여론이 일었던 이유다. 유명세는 그 어떤 세금보다 가혹하다.

인기 예능인 박수홍이 친형에게 수십년간 번 돈을 모두 떼였다는 보도로 시중이 떠들썩하다. 문제가 생긴 건 꽤 됐는데 가족 간의 문제라 쉬쉬했던 모양이다. 그의 유튜브 채널에 사실이 공개되자 뒤늦게 인정했다. 후배 손헌수가 박수홍 친형의 만행을 폭로하고, 세무사가 맞장구치면서 친형에 대해 분노하는 여론이 들끓고 네티즌 수사대가 그의 소재를 찾는 실정이다.

박수홍은 매니저인 형에게 재정관리의 전권을 맡겼다고 한다. 친형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는가. 그 결과가 "30년의 세월을 보낸 어느 날 제 노력으로 일궈온 많은 것이 제 것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이다. 본인 인생에서 가장 쓰린 날을 보내고 있을 테다. 형의 입장이 없으니 단정할 수 없지만 거론되는 피해금액도 엄청나다. 살이 쑥쑥 빠지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형과의 대화를 요청하며 인내한 건 부모와 조카 걱정 때문이었다니, 여론은 그를 응원하고 동정한다.

박수홍이 법에 호소하는 결단을 내려도 형을 처벌하기 힘들 수 있다는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 원칙이 도마에 올랐다. 친족간의 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는 형을 면제하거나, 친고죄에 해당한다는 형법 조항이다.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고대 로마법 정신의 흔적이란다. 가족 문제에 국가권력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법 정신만큼은 존중하고 유지할 이유가 충분하다. 다만 이를 악용하는 가족 같지 않은 가족의 처벌 문제가 남는다.

박수홍의 문제가 가족 내에서 상식적으로 원만하게 해결된다면 친족상도례 제도의 유효성이 입증될 것이다. 반대로 친형이 이 제도에 의지해 박수홍과 가족들을 힘들게 한다면 법 개정이나 폐지 여론이 불붙을 수도 있다. 생소했던 '친족상도례' 제도가 박수홍 가족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