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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주차돼 있는 번호판이 제거된 수출용 중고차 . 뒤편으로 아파트단지가 보인다. 2021.3.30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수출용 중고차가 인천 송도국제도시까지 넘어왔다. 일부 장소에서는 중고차를 야적하는 것을 넘어 중고차를 컨테이너에 넣기 위해 차량을 수리하는 '쇼링'이 이뤄지는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달 30일 인천 연수구 인천 신항 1-2단계 컨테이너부두 예정 부지.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과 접해 있는 이곳에 수백여 대의 수출용 중고차가 야적돼 있었다. 특히 일부 공간에서 자동차용 범퍼 10여 개를 한곳에 모아 놓은 '범퍼 뭉치'뿐 아니라, 자동차를 컨테이너에 넣는 쇼링에 필요한 장비와 물품이 곳곳에 있었다. 쇼링은 컨테이너를 자동차에 넣는 것과 컨테이너 규격에 맞게 자동차를 자르거나 개조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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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항 컨테이너 1-2단계 예정 부지. 수출용으로 추정되는 자동차 범퍼 10여 개가 분해된 채 한곳에 쌓여 있다. 2021.3.30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이날 찾는 공간에서는 침대 매트리스 수십여 개와 컨테이너, 지게차 등이 보였다. 침대 매트리스는 쇼링 과정에서 자동차 파손을 막기 위해 차량과 컨테이너 내부 사이에 끼우는 완충재로 쓰인다. 컨테이너에 자동차를 넣는 모습도 포착됐다.

쇼링 작업 중 차량 분해·개조 등은 허가받은 장소에서만 할 수 있다. 자동차 범퍼 뭉치 등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곳에서 차량 불법 개조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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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항 컨테이너 1-2단계 예정 부지에서 자동차 쇼링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1.3.30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이 부지는 인천항만공사가 소유하고 있어 '관리 소홀'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이곳은 컨테이너 부두 조성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중고자동차를 야적할 수 있도록 임대한 곳이며, 자동차 개조 작업은 할 수 없도록 했다"며 "컨테이너에 차량을 넣는 것 외에 차량 개조 등의 불법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항만 부지뿐 아니라 주거지 인근에도 수출용 중고차가 곳곳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도시철도 1호선 인천대입구역 인근 공터에는 번호판이 없는 수출용 중고차가 100여 대 주차돼 있었다. 일부 차량 앞유리에는 수출국이 적혀 있기도 했다. 송도 센트럴파크 주차장 내부에도 수출용 중고차 수백여 대가 주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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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수출용 중고차가 줄지어 있다. 2021.3.30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전국 중고차 수출의 80%가 인천항을 통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전국의 수출 중고차가 인천 일대로 몰려들지만, 중고차를 수출할 선박이 부족한 탓에 중고차가 쌓이고 있다는 게 항만업계 설명이다. 연수구 옥련동 일대에 중고차 수출단지가 있지만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인천 내항뿐 아니라 주거지 일대까지 침투했다는 것이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선박 부족으로 인해 중고차 수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간이 부족해진 중고차 업체들이 주차 공간을 찾다가 벌어진 일로 보인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