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아이가 16세에 이를때까지
꿈 실현토록 살피고 기반 닦아줘야
자녀의 꿈에 부모의 꿈 실어선 안돼
자식들 고통 몰아가는 불행의 시작
의외로 많은 청소년들 괴로움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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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
'내가 만일 결혼을 해서 자녀가 있다면 나는 과연 아이에게 어떤 교육을 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가끔 합니다. 부모들과 대화하다 보면 아이를 너무 자기 생각대로만 교육하거나, 자기 소유로 생각해 집착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러지 말라는 취지로 조언하면, 다른 얘기를 할 때는 신부님 말씀이라며 곧잘 수용하는 사람들이 유독 자녀 문제만큼은 지지 않고 맞섭니다. 심지어는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없는 분이 뭘 안다고 나서느냐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저는 자녀가 태어나서 부모와 같은 하나의 인격체가 되는 때를 대략 16세로 봅니다. 그전까지는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자녀 교육은 16년 정도의 시간에 이뤄집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자녀의 인격 형성에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부모는 이 시기에 자신의 삶을 투영해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자녀를 통해 보상받으려 합니다. 어떤 부모는 출세를 자녀교육의 목표로 정하고,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스펙을 만들어 주기 위해 온 정성을 다 쏟아붓습니다.

자녀를 잘 교육하려면 '목표 설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전에 어떤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분은 자녀가 제발 우여곡절 없이 평탄한 길만 걸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혹시 본인의 인생은 우여곡절이 없었냐고 물으니 "말도 마세요. 저는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모두 겪었어요"라는 것이었습니다. 본인인들 그러고 싶어서 그렇게 살았을까요. 세상사가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본인 스스로도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미래에 산전수전 없기를 기대하는 건 상식이 아닙니다. 내 미래든 자녀의 미래든 우리가 미래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예측한대로 흘러가는 인생이 아니니까요.

결국 자녀교육의 목표는 아이로 하여금 어떤 미래를 만나든지 유쾌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을 배우게 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그토록 바라는 재물의 축적이나 지위의 확보만으로는 미래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습니다. 그러면 과연 미래를 개척하고 자기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아이 스스로 자기 마음속에 있는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잘 살펴보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꿈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이기도 합니다. 꿈을 이루며 살 때 사람은 온전한 자기 모습으로 살 수 있습니다. 그를 그가 되도록 돕는 것이 교육입니다. 부모는 아이가 16세에 이를 때까지 꿈이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해 주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함께 살피고, 그에 맞는 기반을 잘 닦아야 합니다. 16세가 지나면 이를 기반으로 제 스스로 알아서 나아가도록 놓아주어야 합니다.

자녀의 꿈에 부모의 꿈을 실어선 안 됩니다. 더더욱 세상이 원하는 꿈을 실어서도 안 됩니다. 사랑이라는 명목 하에 자녀를 고통으로 몰아가는 불행이 바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의 이런 교육 때문에 제게 괴로움을 호소합니다. 외양적인 기질을 가진 아이들은 반항으로 의사 표시를 하지만 내성적인 아이들의 일부는 몰래 저 혼자 작은 자해를 하기도 합니다. 가뜩이나 험한 세상에서 자기 꿈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은 마당에, 부모의 방해로 좌절부터 체험하고 힘을 잃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까요? 사람은 자신만의 꿈을 갖고, 이를 이루며 얻는 보람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꿈은 사람을 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동력을 잃은 배는 항해할 수 없습니다. 배가 힘차게 항해할 수 있도록 자녀의 동력을 빼앗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부모는 자녀의 꿈을 듣고는 한숨부터 내쉽니다. '우리 아이가 시류의 짧은 유혹에 현혹되어 연예인이 되려고 한다. 어쩌면 좋으냐!' 안정된 미래를 꿈꾸기는커녕 밥벌이도 안 되는 일만 고집한다며 볼멘소리를 합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입니다. 그들의 꿈에 힘과 격려를 보내주십시오. 직업 자체가 꿈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꿈이라는 동력으로 어떤 일을 준비하다 배를 갈아타기도 합니다. 동력만 있으면 배를 바꾸는 건 문제가 아닙니다. 꿈을 향해 전진하는 튼튼한 엔진만 있으면 오늘은 연예인, 내일은 소설가, 모레는 사업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지닌 잠재력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홍창진 천주교 수원교구 기산성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