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한판승이냐, 판세 굳히기냐.'

대선 전초전 성격의 4·7 재보선에 명운을 건 여야는 4일 마지막 휴일을 이용한 막판 필승 전략에 화력을 집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성난 민심 앞에 자세를 한껏 낮추고 한 번만 더 힘을 모아달라고 읍소하며 '미워도 다시 한 번' 전략으로 일관했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달라며 '분노 투표'를 호소했다. ┃편집자 주

"위기는 맞다. 다만 뚜껑을 열면 다를 것이다. 현장 분위기를 보면 뒤집을 수도 있다고 본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 곳곳에서 선거유세를 벌였던 경기도 내 A의원이 선거현장을 누빈 후 내놓은 판단이다.

A의원은 이어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오 후보에 20%p~30%p 차로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오지만, 오히려 역전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며 "당 지지층 결집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의 상황도 '선전'을 예상하는 의견이 많다. 부산 유세에 참여했던 B의원은 "실제 부산시민들을 만나보면 민주당에 호의적인 분들이 매우 많았다"면서 "아주 나쁜 상황만은 아니다. 반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이처럼 당내에선 이번 선거 판세를 '막연한 열세'보다는 '박빙의 승부'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정태호 전략기획위원장이 이날 "이기든 지든 결국 2% 싸움"이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은 것 역시 이런 당내 전반적인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이면에는 야당 후보들의 '결점'이 결국 유권자들의 손을 '기호 2번'보다는 '기호 1번'으로 향하게 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지원 유세 현장에 나간 도내 의원들이 야당 후보를 겨냥해 맹공을 쏟아내고 당 지지층 결집을 강조하는 이유다.

정성호(양주) 의원은 지난 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나비세담'의 박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해 "민주당이 많이 부족했고 국민들 앞에 겸손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수장을 사리사욕만 챙기는 거짓말쟁이에게 맡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강득구(안양만안) 의원은 남대문 시장 유세에서 "제대로 검증된, 제대로 성과를 낸 박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힘을 모아달라"고 했고, 홍기원(평택갑) 의원은 "위기를 기회로 대전환을 이뤄낼 사람 박 후보에게 시민 한 분 한 분이 힘을 모아달라"고 결집을 호소했다.

민주당은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한명숙 전 총리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20%p 가까이 뒤처졌지만, 0.6%p 격차까지 좁힌 사례 등을 토대로 청년, 소상공인, 1인 가구 등을 집중 공략하며 지지층 결집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막판 판세를 놓고 '박빙 우세론'과 '대세론'을 펴고 있으나 '생태탕집 주인' 황모씨의 증언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면서 역공을 폈다.

공표금지 직전까지 이뤄진 여론조사들을 놓고 보면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각각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20%포인트 안팎의 큰 격차로 앞섰지만 마지막까지 젖먹던 힘까지 다 소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4일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한다"며 "표심은 이미 우리 쪽으로 상당히 기울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 소속 시장들의 성범죄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는 점, 여기에 부동산 정책실패를 비롯한 문재인 정권 4년에 대한 심판론이 더해지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국민의힘 후보에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싫기 때문에 국민의힘 후보를 미는 것인데, 저쪽에선 자꾸 후보 개인의 문제만 들고 나오니 흐름이 바뀌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의 막판 응집력에 대한 경계심도 늦추지 않고 있다. 캠프 내부에선 지역·직능단체를 중심으로 짜인 민주당의 득표력이 많게는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종 투표율이 50%를 넘어야만 민주당의 조직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사전 투표일 하루 전에 돌발 악재로 터진 오 후보에 대한 내곡동 처가 땅 측량 현장에 갔었다는 이른바 '생태탕집 주인' 황모씨의 증언이 거짓으로 드러났다면서 역공을 펼쳤다.

황씨가 최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2005년 측량 당시 오 후보를 목격했다면서 자세한 인상착의까지 설명했지만, 정작 이보다 앞선 지난달 2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선 오 후보의 방문 여부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조수진 선대위 대변인은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 김어준의 '정치공작소'가 '생떼탕'을 끓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비꼬았다. 오 후보는 이날 당의 지지세가 높은 송파·서초구를 찾았으며, 송파 교통회관에서 버스·택시업계 종사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정의종·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