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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으로 목격한 것은 아니라도 역사기록에 의하면 정치를 잘한 지도자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공통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명(銘)이다. 명(銘)이란 돌이나 나무나 일상도구에 새겨놓은 글이다. 좌우명(座右銘)이란 말이 있듯이 날마다 눈에 보이게 글을 새겨놓고 마음을 다잡는 역할을 하는 게 명(銘)이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이 경계로 삼을 수 있는 말을 새겨놓고 마음에 새긴 것이다. 대표적으로 하나라 걸을 치고 상나라를 연 탕임금은 목욕하는 그릇에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고 새겨놓고 마음을 다잡았다. 성인이라 불리는 요임금도 순임금에게 제위를 물려줄 때 경계를 잊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은 늘 위태롭고 도리에 합당한 마음은 늘 미미하니 오직 정의롭고 한결같이 해야 중용의 도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계하면서 자리를 물려주었다.

현대 민주주의 정치에서 지도자가 될 사람들이 가장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 말 그대로 백성이 주인이기 때문에 백성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건 민주주의가 아닌 고대 정치사에도 나오는 일관된 주문이다. 그런데 요임금 말씀처럼 사람의 마음은 늘 한결같이 유지하기 힘들어 위태로운 면이 있기 때문에 자꾸 백성이 두려운 존재임을 망각하기 쉽다. '서경'에서는 두려워하지 않으면 자신이 두려워할 상황에 들어가게 된다고 경계하고 있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꼭 명심해야 할 말이 아닌가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