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1% "운영자금 확보 어려움 겪어"
48.1% "수급 차질로 생산량 줄여"
금융지원 확대·기준완화 목소리 커
"매출이 예년에 비해 절반 정도나 줄어든 공장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걱정입니다."
한국지엠 등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인천 지역 한 업체 대표는 최근 업계의 경영 상황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완성차 업계의 공장 가동률이 줄어들면서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부품 공급 업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업체 대표는 "자동차 부품 업계도 반도체가 필요한 경우가 늘고 있는데, 수급 차질로 부품 생산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상황이 어려워도 어렵다고 얘기하지 못하는 업체가 많다"고 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란이 완성차 업계를 넘어 자동차 부품 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가 국내 53개 자동차 부품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 업체의 49.1%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에 의한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로 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 업체의 48.1%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으며, 72%는 올해 말까지 반도체 수급 차질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수급 문제로 20% 이내로 생산을 줄인 업체는 64%, 50% 이내로 감산한 업체는 36%로 나타났다. 자금 조달 어려움 해소를 위해 금융 지원 규모 확대(39.0%), 금융 지원 기준 완화(39.0%)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컸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은 전 세계적인 전동화 추세와 코로나19에 따른 수급 불안, 미국·일본 등 대규모 차량용 반도체 생산기업의 생산 차질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빚어지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 2월부터 인천 부평2공장 가동률을 50%로 낮춘 상태고, 현대차도 울산1공장의 휴업을 결정하는 등 자동차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 예측에 실패한 상황에서 미국의 한파, 일본의 화재 등이 겹치면서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며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대만(타이완)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