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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정치부 차장
내 기억 속 그는 유능한 공무원이었다. 기업 투자 유치 업무에서 탄탄한 네트워크와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성과를 중시하는 경기도청에서 직업 공무원으로 출발하지 않았던 그가 무려 10년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할 터다. 화성 국제테마파크, 고양 CJ라이브시티, 의정부 YG 복합문화융합단지, 시흥 웨이브파크 등 경기도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굵직한 사업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간 것은 단순히 그가 그 자리에 있어서였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퇴직 후 다수의 기초단체가 그를 투자 유치부문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그분이 경기도청에 있을 때 조언을 많이 받았거든요. 시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그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솔직히 그쪽 분야에서의 능력이나 네트워크는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요"라고 했다. 부인하지 않았다.

그가 도청을 떠난 지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투기 의혹 전직 공무원으로 불린다. 그가 투자 유치를 담당했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이 공식화되기 전, 업무 과정에서 얻은 기밀을 토대로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예정지 인근 부지를 매입한 혐의 때문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매입한 부지를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몰수보전이 이뤄졌다. 투자 전문가라는 명함은 빛이 바랬고 투기 의혹 전직 공무원이라는 오명만 남을 처지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줄을 잇고 있다. 유능한 공직자가 한순간에 파렴치한 공직자로 내몰린 것은 비단 개인의 문제일까. 이재명 도지사는 해당 전직 공무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부도덕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과 구조의 문제라는 인식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투기를 차단할 구조적 장치가 있었다면 지금의 그는 어떤 모습일까. 못내 씁쓸하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