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해장국 '효종갱'과 소머리국밥이 있다. 뼈를 우린 육수에 얼갈이 배추와 콩나물을 넣은 효종갱은 조선 양반들의 숙취 해소용으로 사랑받았다. 소머리국밥은 뼈와 고기를 삶고, 여기에 소머리 고기를 넣어 뚝배기에 푸짐하게 담아낸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하룻밤 묵으며 보양식으로 먹던 음식으로 전해진다.
1980년대 초, 최미자 할머니가 생계를 위해 소머리국밥집을 열었다. 광주시 실촌면(현 곤지암 읍) 곤지암리 신작로 골목 10평 남짓 실내에 테이블 4개를 놓았다. 연탄불에 은근하게 고아낸 국밥은 주변에 입소문이 났고, 단골이 늘어났다. 때마침 중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인근에 골프장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줄까지 서게 됐다.
최미자 소머리국밥은 3차례 자리를 옮겼다. 스키장을 갖춘 곤지암리조트가 개장한 뒤 스키어들의 성지가 됐다. 추운 날씨에도 대기표를 받아야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국밥을 맛볼 자격을 얻는다. 손 크고 인심 후한 할머니지만 주당들은 반기지 않는다. 술은 테이블당 1병만 허용된다. 술을 과하게 즐겼던 애들 아빠를 징그럽게 싫어했다고 한다.
중부고속도로 나들목이 개설되고,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이 달리면서 곤지암 소머리국밥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주말이면 골퍼들과 스키어들이 몰려 30~40m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관광버스가 단체 손님을 실어 날랐다. 경상·전라·충청에서도 식객들이 찾아왔고, 한때 20곳 넘는 국밥집이 운영됐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경기침체와 광우병 파동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재는 원주민이 주인인 '동서소머리국밥'과 '구일가든' 등 7개 업소가 맥을 잇고 있다.
지역 상공인들과 식당 업주들이 가칭 '곤지암 소머리국밥 축제'를 추진한다. 침체한 지역경제를 살리고 국밥의 명품화를 통해 특화하자는 취지다. 광주시도 정체상태인 곤지암읍 활성화를 위해 소머리국밥을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음식 문화거리 지도와 종합 안내도를 제작하고 경강선 역 10분 거리라는 장점을 알리는 전철 내 광고판도 설치하기로 했다.
소머리국밥은 전국구 음식이 됐다. 굳이 곤지암을 찾지 않더라도 가깝고 맛있고, 저렴한 국밥을 먹을 수 있다. 추억을 말아낸 먹거리에 그쳐서는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없다. 차별화된 맛과 위생, 친절이 가미돼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