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전 스마트홈 제품 주목받아
'로컬 생활권 재편' 가속화 될 전망
부동산대책, 수도권 공급확대 아닌
'라이프스타일' 지역 수요로 봐야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끄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도심에서 벗어난 지역이라는 특징이 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 인구 밀집이 높은 도심에서 인근 변두리 지역으로 이주가 늘어났다. 그러나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도심에서 멀더라도 개발이 잘 되어있고, 주변 환경이 좋은 지역의 인구 유입이 지속되고 있었다. 수도권에서도 기존의 도심에서 벗어나 새롭게 정비된 아파트 단지 지역에서 집값 상승이 일어나면서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어떤 영향에 의한 주거문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코로나19로 증폭되었다고 봐야 한다.
주목할 수 있는 현상은 홈코노미(Home+Economy)라는 새로운 흐름이다. 코로나19는 집에서 일하고, 수업하고, 쇼핑하고, 오락을 즐기고, 영화를 보고, 운동하는 등 많은 일상생활이 집을 중심으로 재편되도록 했다. 집은 안식처, 주거 공간을 넘어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의 중심 공간이 되면서 집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형성했다. 좋은 위치의 집이라기보다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인 집에 대한 수요이다. 가사노동이나 잠을 자는 공간에서 보다 여유로움과 휴식 등의 공간으로 집을 새롭게 인식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이다.
이는 디지털 라이프가 가져온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는 어떤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서는 특정 위치로 이동해야 했다.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유통업이 자리 잡고, 그런 지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집의 가치가 높았다. 유명 백화점 인근, 더불어 유명한 학원 인근의 아파트 단지가 높은 부동산 가격의 공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은 물론, 음식배달, 홈엔터테인먼트, 홈케어 서비스 등 생활의 중심을 집으로 옮기고 있다. 교통 요지라는 위치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백화점에 가지 않고 명품도 집에서 사게 되면서 백화점 인근에 사는 매력이 줄어들었다.
결국 수십년간 유통산업을 대표해온 백화점, 대형 쇼핑몰 등 전통 유통사들은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하였다. 반면에 성장 기회를 맞이한 곳들도 있다. 온라인 쇼핑의 증가와 더불어 번잡한 곳을 피해 소비자들이 선택한 곳은 주거지에서 가까운 소규모 편의점과 가게였다. 근거리 쇼핑 선호도가 높아지자, 편의점업계는 오프라인 유통의 핵심축으로 떠올랐다. 편의점들은 기존 공공요금 수납, 현금인출, 휴대폰 충전 서비스 등의 서비스를 넘어 배달, 보험 판매, 무인 복합기 등 신규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위치의 평준화라고 할 수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올해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 주목을 받은 분야는 스마트홈 제품이었다. 가사 노동을 줄여주는 청소, 요리, 돌봄 로봇은 물론 집에서 운동을 하고, 오락을 즐길 수 있는 많은 제품이 등장하고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더 발달하면서 상당히 많은 집안일이 자동화되고, 그만큼 사람들은 집에서 더 새로운 일을 즐길 수 있는 스마트홈 기기들을 원할 것이다. 집 근처를 중심으로 한 소비와 여가활동도 늘어날 것이다. 로컬의 재발견, 로컬 중심의 생활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때쯤 되면 사람들은 점점 더 도심에서 먼 지역의 독특한 문화가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지역으로의 이동도 늘어날 것이다. 부동산 대책, 수도권 지역의 공급 확대가 대책이 아닐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이 있는 지역의 부동산 수요를 내다봐야 한다.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