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일자리 줄고 자영업자 무너지고…
내가 죽겠는데 적폐청산·검찰개혁 무슨 소용
국민, 자신 삶 외면한 정치과잉 선거로 심판
文정부 '위기시대' 자성하고 실수 반복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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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실장
지난해 4월 이 칼럼 제목은 '절대 권력, 작은 일에 쓰면 안 된다'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180석의 배타적 입법권력을 차지한 직후였다.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역사는 이를 증명하는 기출문제집"이라며 "당·청이 배타적 권력을 감당할 수 있는 민주적 역량을 발휘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여권의 장자방 양정철은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이해찬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세웠다. 5월 칼럼 제목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대통령 권력'이었다. 집권 4년차에 돌입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를 넘었다. 행정, 사법, 입법권력 독점에 전례없는 임기 말 지지율. "대통령에게 행운일까" 물었다.

1년 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위기에 봉착했다. 집권세력 내부에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가 위기의 시작일 뿐이라는 자성이 터져 나온다. "그때 '당헌·당규'를 안 바꾸고 그냥 '무공천' 했다면 어땠을까?" 한 언론이 "민주당 내부에서 최근 회자되는 질문"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 당원의 성범죄로 인한 보궐선거엔 후보공천을 금지하는 당헌이 있었다. 도덕성을 버리고 당헌을 개정해 후보를 공천했지만 선거를 잃었다.

대통령과 민주당에겐 뼈 아픈 가정법 질문이 적지 않다. '그때 정권이 조국과 인연을 끊었다면 어땠을까?' 조국을 윤석열에게 맡겨 놓았다면, 대통령의 '마음의 빚'은 남았겠지만 정권이 내로남불 오명을 뒤집어쓰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정권의 정의와 공정 지수는 높아지고, 윤석열은 대통령에 대한 '마음의 빚'을 자진사퇴로 갚았을 수도 있다. 임기를 마치더라도 정권을 향한 비수(?)가 되는 일은 없었을테다. '그때 180석이 아니라 과반인 150석가량만 얻었으면 어땠을까?' 지리멸렬한 야당이 반성도 없이 획득한 견제의석으로 사사건건 정권에 반대하다가 국정 실패의 책임을 공유했을지 모른다. 역사와 정치에서 가정법은 무의미하지만, 같은 실수를 막을 자성의 계기일 수는 있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김원웅 광복회장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다른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멱살을 잡혔다. 문재인 정권 내내 기승을 부렸던 기형적인 정치 과잉 현상이 빚어낸 결정적 파국이다.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우리 역사의 발원을 되새기며 우리가 하나임을 잊지 않는 신성한 제의가 폭력으로 얼룩졌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의 기원이다. 정치가 대한민국 발생 원점까지 오염시켰다.

정치가 삶과 분리됐었다. 국민의 삶은 구체적 현실이다.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월급과 장사 이문을 모아 집도 살 수 있어야 하며, 퇴직하면 남은 재산으로 연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코로나19가 무너뜨렸다. 일자리는 줄고 자영업자는 무너졌다. 정책의 빈틈을 타고 잉여자본이 몰리자 집값이 미치고 청년들은 한꺼번에 벼락거지로 내몰렸다. 수입 없는 노령자들은 종부세와 재산세 노이로제로 우울하다. 내가 죽겠는데 적폐청산이나 검찰개혁이 무슨 소용인가. 더구나 청산과 개혁은 주체의 위선과 결과의 반전으로 퇴색했다. 보수의 적폐를 청산하면서 진보의 적폐가 드러났다. 고위공직자 범죄를 추상같이 처벌해야 할 공수처는 고위공직 범죄 혐의자 의전에 극진하다.

국민은 자신의 삶을 외면한 정치과잉 행위를 선거로 심판했다. 결과는 폭력적이다.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야당을 말살시킨 분노가 이번엔 여당을 향했다. 정치과잉이 정치부재를 잉태하는 한국정치의 부조리가 유권자들의 가학적 쏠림 현상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 자신의 삶과 상관없는 정치에 분노하고 있다. 이 분노의 그물에 걸리면 말살된다.

문재인 정권은 가정법 질문을 통해 자성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는 여전하고 이를 해결할 현재의 정권이라서다. 위기의 시대, 정권의 불행은 국가와 국민의 폭망이다. 정권이 국민의 삶 속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