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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규모 집단 감염을 비롯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사흘 연속 600명대를 기록하는 등 전국 '4차 대유행' 갈림길에 서 있는 가운데 지난 10일 오후 인천의 한 도심 속 불야성을 방불케 하는 유흥가를 찾은 젊은이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인천시는 5월2일까지 3주간 시내 유흥시설 5종과 홀덤펍 등에 대해 집합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심해질 경우 음식점·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까지로 조정할 방침이다. 2021.4.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노래주점 6개월 가까이 영업중단
한달 절반가량 아내와 물류 알바
"일행끼리 방에서, 접촉 않는데…"
감염위험 낮지만 업종별 제한 '억울'


12일부터 시작된 방역당국의 유흥시설 영업 제한 조치에 대해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이른바 '핀셋 방역' 기준이 모호하다며 더는 고통을 감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노래 주점을 운영하는 40대 A씨는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현재까지 6개월 가까이 영업을 못 했다. 그동안 정부의 방역 수칙에 따라 문을 닫은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영업 제한 조치 전날인 지난 11일 그는 전기요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가게 냉장고에 있던 채소와 과일·고기·냉동식품을 모조리 폐기하고 플러그를 뽑았다고 한다.

영업 제한이 반복됐다 재개되기를 반복하면서 월 매출은 평소의 10% 이하로 떨어졌다고 A씨는 토로했다. 아르바이트생 대신 가족이 일하며 인건비를 줄였지만, 월세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가량 가게 문을 닫게 되자 A씨는 최근 아내와 하루 10시간씩 쿠팡 물류센터에서 포장 업무를 하기도 했다. 그는 "나이 50을 앞두고 온종일 서 있으니 발가락에 멍이 들고 온몸이 아파서 매월 보름가량만 일했다"며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푸념했다.

방역당국은 부산과 성남 등 도우미가 있는 유흥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잇따르자 코로나19 예방 접종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유흥시설 집합금지 조치를 결정했다. 인천에선 유흥주점 1천32곳, 단란주점 566곳, 콜라텍 17곳, 홀덤펍 36곳 등 모두 1천651곳이 적용된다.

A씨는 "우리는 도우미 없이 일행끼리 방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곳이라 다른 손님과 접촉하지 않는다"며 "영업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 호프집 등 일반 술집을 보면 한 공간에 손님 수십 명이 빼곡히 앉아있고 방역 수칙은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왜 우리만 단속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홀덤펍(술을 마시면서 카드 게임 등을 할 수 있는 주점)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20대 B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원형 탁자에 참가자들이 둘러앉아 게임을 하는 특성상 각 자리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이들에게 장갑을 착용하도록 했으나, 정부의 영업제한 대상에 포함됐다.

그는 "인천과 경기지역에는 개점 준비를 마친 업체가 많았는데, 홀덤펌 영업이 잠정 중단되면서 장사를 시작조차 못한 업체가 많다"고 했다.

홍원수 한국방역협회 명예회장은 "한 공간에 많은 인원이 모여 있는 일반 술집보다 일정 공간에서 4인 이하로 이용하는 술집의 감염 위험도가 더 낮다"며 "정부가 신속히 집합금지를 하기 위해 업종별로 영업을 제한하다보니 억울한 자영업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