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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일본 대지진. 해안가의 후쿠시마 원전을 거대한 쓰나미가 덮쳤다. 원전의 전력공급망이 차단되면서 냉각수 공급이 끊겼다. 후쿠시마 원전이 흰 연기를 뿜어내며 폭발하던 장면에 세계는 전율했다. 초유의 대양 오염 공포 때문이었다. 세계 각국은 일본 수산물 수입을 중단하거나 검역을 강화했다.

하지만 진짜 공포가 시작됐다. 일본 정부가 13일 지난 10년간 탱크에 모아 두었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125만t을 바다에 방류하기로 최종 결정해서다. 오염수의 방사능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정화해 2년 뒤부터 30년간 방류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나 일본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 이미 1차 정화했다는 탱크 내 오염수에서 치명적인 방사능 물질들이 기준치의 100~2만배 이상 검출됐다는 그린피스 보고서도 있다.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의 이유로 저렴한 비용을 꼽았단다. 겉으론 예의와 염치를 차리면서 속으론 자국 이기주의에 집착하는 일본의 '혼네'(本音·본심)가 가증스럽다.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는 명백한 반인류 범죄다. 해류를 탄 방사능 쓰레기가 1년도 안 돼 제주와 동해 바다에 도착한단다. 해류를 타고 5대양에 퍼질 것도 당연하다. 일본이 뭐라고 지구 바다 전체를 핵쓰레기장으로 만드나.

우리 국민의 방사능 감수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원전에서 사용한 작업복, 장갑, 부품 등 중·저준위 폐기물을 처리하는 경주 방폐장 하나 건설하는데 30년 가까이 걸렸다. 얼마 전에는 월성원전의 정화 전 삼중수소가 기준치를 넘었다는 보도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그런데 일본이 방류한다는 오염수는 방사능 물질이 농축된 고준위 폐기물이다. 방사능 해류가 우리 앞바다에 이르면 통영 멍게가 미야기 멍게가 될 수 있다. 수산업과 국민 식생활에 미증유의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정부는 일본 정부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국제기구에 오염수의 객관적 검증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중국도 대일 국제소송을 예고했다. 하지만 미국은 짐짓 무관심한 태도다. 미·중 신냉전의 틈을 노린 일본의 방류 결정은 얄미울 정도로 전략적이다. 정부의 대응만큼이나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시민단체와 민간기구와의 글로벌 연대가 중요해 보인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