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섬에서만 포란중인 저어새들
인천 남동유수지를 찾아오는 멸종위기 1급 보호조류인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1호)들이 지난 2018년 조성된 인공섬 '큰 섬'에 가지 않고 이전부터 있던 '작은 섬'에만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다. 2021.4.13 /임열수·조재현기자 pplys@kyeongin.com

277마리 1개 섬만 이용
큰섬에 있던 둥지재료까지 가져와
2019년 대부분 부화 실패로 꺼려
시흥서 살던 새 몰려와 환경 악화


인천 남동유수지를 찾는 저어새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수지 내 2개의 인공섬 중 작은 섬만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경기도 시흥 황새바위에 터를 잡고 있던 저어새들이 남동유수지로 옮겨오면서 가뜩이나 비좁은 작은 섬의 서식 환경이 더욱 열악해졌다.

지난달 7일부터 남동유수지를 찾기 시작한 저어새는 13일 기준 총 277마리가 확인됐다. 저어새들은 현재 작은 섬에서만 약 70개의 둥지를 튼 상황이다. 반면, 큰 섬에는 단 한 쌍의 저어새도 들어가지 않고 있다.

남동유수지 내 2개의 저어새 섬은 2018년 조성된 새 인공섬을 '큰 섬'으로, 이전부터 있던 섬을 '작은 섬'으로 부르고 있다. 인천시와 환경단체에선 저어새들이 큰 섬에도 자리를 잡도록 이곳에 둥지 재료를 가져다 놓았으나, 저어새들은 큰 섬에서 둥지 재료를 가져와 작은 섬에 둥지를 만들고 있다.

인천시는 2019년 번식에 실패했던 '스트레스'로 저어새들이 큰 섬에 가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남동유수지에 번식을 시도하던 저어새 중 80% 이상은 큰 섬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너구리의 침입으로 이곳에 터를 잡았던 저어새 대부분이 부화에 실패하면서 저어새들이 큰 섬을 꺼리게 됐다는 것이다. 새끼가 태어나 자라는 과정에서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저어새들이 큰 충격을 받아 작은 섬에 몰리게 된 것으로 인천시는 추정한다.

작은 섬은 면적이 큰 섬의 절반에 불과하다. 저어새가 작고 비좁은 섬에만 몰리는 데다 이달 초부터 시흥시 황새바위에 있던 저어새 40여마리가 남동유수지로 이동해 오면서 서식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시흥 황새바위 저어새 서식지1
매년 인천 남동유수지를 찾아오는 멸종위기 1급 보호조류인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1호)들이 지난 2018년 조성된 인공섬 '큰 섬'에 가지 않고 이전부터 있던 '작은 섬'에만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다. 게다가 시흥 황새바위에 서식하던 저어새들이 최근 다큐멘터리 촬영팀의 출입으로 남동유수지로 자리를 옮기면서 생육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2021.4.13 /임열수·조재현기자 pplys@kyeongin.com

이달 초 두 차례에 걸쳐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시흥시 저어새 번식지인 황새바위를 출입하면서 저어새가 남동유수지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 촬영팀은 시흥시의 의뢰를 받아 황새바위 관련 영상을 찍고 있었다.

번식지가 위험하다고 판단한 저어새들은 새로운 장소를 찾다가 남동유수지로 자리를 이동한 것이다. 해당 촬영팀은 시흥시의 허가를 받고 황새바위에 들어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산란 초기에는 저어새가 평소보다 예민한 시기라 번식지 출입은 되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좁은 장소에 수백 마리의 저어새가 둥지를 만들다 보니 대부분의 둥지가 섬 하단부에 자리 잡고 있다. 저어새 새끼가 부화하기 전인 봄철에 많은 양의 비가 내려 남동유수지 수위가 높아질 경우, 둥지가 모두 유실될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는 불안정한 섬 사면에 둥지를 트는 저어새의 모습도 관찰되고 있다고 인천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섬 사면에 둥지가 생기면 갓 태어난 새끼가 굴러떨어질 위험이 크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선 남동유수지 수위를 관리하는 남동구와 일정 수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며 "전문가 등과 협의를 통해 큰 섬에서도 저어새가 부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된 저어새는 전 세계에 4천여마리가 남아있는 멸종위기 종이다.

/김영래·김주엽·신현정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