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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2021.4.15 /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양육수당 받기도 했지만 형편 열악
주거 지원 받지 못하다 연락 두절
지적장애 엄마 빌린돈 못갚아 구속

'혼자서 아이 2명' 지자체 도움 요청
아빠 '영장' 오빠 '시설행' 흩어져

인천의 한 모텔에서 뇌출혈 상태로 발견된 생후 2개월 된 A양(4월14일자 6면 보도=2개월 된 여아, 인천 모텔서 '심정지' 이송…학대혐의 아빠 체포)과 그 가족의 비극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A양은 지난 2월16일 인천 부평구의 한 모텔에서 태어났다. 모텔 주인의 연락을 받은 부평구의 한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은 모텔을 방문해 A양 어머니 B(22)씨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아기용품과 밑반찬 등을 지원했다.

A양 가족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동안 긴급생계지원을 받을 정도로 열악한 형편이었다. 살던 빌라에서도 쫓겨나 모텔을 전전했던 것이다. A양의 어머니 B씨는 지적 장애등급(1~3급)을 받은 장애인이다. → 그래픽 참조

모텔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A양 가족을 돕기 위해 부평구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은 이들의 주소가 있는 남동구 행정복지센터에 연락해 출산지원금과 아이 양육 수당 등 270여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부평구 관계자는 "A양 가족이 담당 공무원에게 '조만간 남동구로 다시 이사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남동구에서 출산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평구와 남동구 두 지자체는 A양 가족의 주거를 지원할 방안은 마련하지 않았다. 모텔에서 계속 지내던 A양 가족은 3월 중순 이후 연락이 두절 됐다. 이들이 다시 '복지 안전망' 밖으로 벗어난 것이다.

남동구 관계자는 "현재 행정 구조에선 수급자가 신청해야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A양 가족이 주소를 둔 남동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는 이달 5일 이들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행정복지센터에선 A양 오빠(2)가 보건복지부의 e아동행복지원 대상에 포함돼 계속해서 이들에게 연락했으나 행방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다음 날인 6일 부평구의 한 모텔에서 A양 가족을 찾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이날 모텔을 찾은 경찰은 지인에게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재판을 받고 있는 A양의 어머니 B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법원은 지난해 10월부터 3차례 공판에 출석하지 않은 B씨에 대해 지명수배를 내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A양의 어머니 B씨가 구속되자 혼자서 아이 2명을 돌볼 수 없었던 아버지는 남동구에 두 자녀를 가정 위탁할 곳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남동구가 두 아이를 보살펴줄 가정 위탁 대상 가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현재 인천지역 위탁 가정 59곳에서 아동 69명을 돌보고 있다.

보통 위탁 가정을 찾는 데 빨라야 1~2주가 걸린다는 게 지자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A양 아버지 C(27)씨의 육아를 긴급히 도울 수 있는 복지제도는 없었다.

A양 아버지가 그나마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건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뿐이다. 인천에는 허가를 받은 24시간 어린이집이 15곳 있는데, 이마저도 현재 운영 중인 곳은 8곳에 불과하다.

남동구는 13일 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나 A양 가족 지원을 위한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건강검진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3일 새벽 아버지 C씨가 홀로 돌보던 A양은 뇌출혈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병원 관계자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A양은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A양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14일 A양 아버지 C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C씨의 학대를 의심한 것이다. A양의 오빠는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양 아버지가 최근까지 모텔에서 생활하는 등 주거가 일정하지 않아 도주우려가 있어 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김주엽·박현주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