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건축물·퍼포먼스 등 '참사'에 대한 작품들 선보여
4·16재단과 공동주최… 7월25일까지 애도·위로의 시간
4월의 안산은 아름답고도 슬프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한 경기도미술관에도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올해 경기도미술관은 4·16재단과 공동주최로 특별전 '진주 잠수부'를 준비했다.
'진주 잠수부'란 제목은 한나 아렌트가 철학자이자 평론가인 발터 벤야민을 애도하며 쓴 글의 제목에서 가져왔다. 벤야민의 깊은 사유의 방식을 뜻하는 것으로, 깊은 곳을 찾아 들어가 진주를 발견하는 잠수부처럼 과거의 것들이 오래 기억돼 먼 미래에도 그 의미를 건져 올리길 바라는 뜻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조각과 건축물, 퍼포먼스 등 야외에 설치된 작품들로 공동체가 겪는 재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희생과 슬픔을 위로하도록 했다.
세월호 합동 분향소가 있었던 경기도미술관 앞 주차장에는 슬픔과 눈물, 짠맛에서 이어지는 소금이란 매개체를 이용해 선을 긋고 지우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작품 '그리면서 지워지는 선'(박선민)과 아스팔트 바닥에서 지워진 분향소 자리의 흔적을 찾고 검게 칠하는 퍼포먼스 '바닥 추모비'(언메이크랩)를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과 망각, 참사에 대한 애도의 방식과 슬픔을 공감하는 태도에 대해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건축물 '윗 위 파빌리온'(최진영)은 계단을 밟으며 위로 올라가는 행위와 전망대에서 먼 곳을 바라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을 쉬게 하고 위로하고 관망하게 하는 건축물은 망루나 전망대, 벤치, 놀이터와 같이 또 다른 약속이 일어나는 장소가 된다.
'콜로포니'(이소요)란 작품은 소나무에서 송진을 채집하고 가공해 만든 99개 유리종으로 진주 잠수부를 재해석했다.
나무의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분비되는 송진은 다양한 환경과 생태, 사연을 가진 소나무에서 채취했다. 진주 역시 이물질과 딱지의 일종인 것처럼 아픔과 상처로 만들어진 송진을 활용해 만든 종은 미술관 앞 소나무에서 새로운 의미를 담아 반짝인다.
이 밖에도 2014년의 대중음악을 믹스해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2013.12.20~2014.11.24'(박다함), '비가 내리는 상황'으로 물에 대한 생각을 담은 조각 '매일매일 기다려'(믹스 앤 픽스)와 기존에 전시됐던 '인간은 태어나서, 살다 죽는다'(배형경), '가족'(최평곤)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프로젝트 갤러리에선 세월호 참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김지영 작가의 작품 '붉은 시간'도 만나볼 수 있다.
이수영 큐레이터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과거의 것들을 깊이 생각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이번 작품들이 갖는 은유와 예술의 힘으로 어렵지만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미술관 야외조각공원과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오는 7월25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