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뿐만 아니라 해프닝까지 '유머'
이러한 물음에 답해줄 수 있는 책이 최근 출간됐다. 인천공항 세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경험담을 모은 책 '불안해요? 지켜보는 저도 불안해요(사진)'다.
지은이는 '공휴일'이다. 한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설레는 휴일처럼 공항에서의 일상을 그려가는 인천세관 직원들의 글 모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 책은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고, 각 에피소드엔 4~7개의 짧은 글이 담겼다.
첫 번째 에피소드 제목은 책 제목과 비슷한 '나도 당신이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아요'다. 에피소드 첫 글은 '똥꼬 전문 김 반장을 위로하며'다. 이 글에서는 마약사범을 적발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김 반장'이 나온다. 김 반장은 주로 항문에 마약을 숨겨서 반입을 시도하는 마약사범을 잡아냈다.
하루는 지명수배 중인 마약 밀수범이 항공편을 타고 오는 것이 파악됐다. 김 반장은 마약을 항문에 숨겨 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밀수범을 체포하고 숨긴 마약을 찾으려는데, 수배범은 완강히 거부했다. 게다가 "나 에이즈 환자야"라며 몸에 손을 대면 피를 뿌리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결국 입국장 밖으로 데리고 와서 겨우 엑스레이를 촬영한 결과 그의 항문에 마약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 마약 소지가 확인되면 자진 배출하지만, 이때는 마약사범이 거부했다. 강제 배출을 시도하는 것도 어려웠다. 에이즈 환자니까. 대형 병원에서 항문외과 전문의가 수술 끝에 필로폰을 꺼냈다.
김 반장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김 반장은 한 여행객이 '나 지금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아요'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것을 느꼈다. 이 여행객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로 이동하는데 걸음이 이상했다. 제대로 앉지도 못했다. 김 반장은 이 여행객도 항문에 마약을 숨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라. 지금 꺼내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김 반장의 말에 여행객은 "뭘 넣긴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며 실토했다. 자진 배출 절차가 진행됐고 여행객의 몸에서 나온 건 큐브 모양의 금괴 다섯 개.
책은 김 반장뿐 아니라 다양한 세관 직원의 이야기를 읽기 쉽게 풀어냈다. 도둑으로 몰린 세관 직원, 고양이를 통관하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 등이다. 이 책을 읽으면 세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있다. 곳곳에서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저자들은 책머리에 "이 책은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현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가운데 그간 공항에서 근무하면서 있었던 일들 중에 인상 깊었거나 특별했던 일들을 모아 책을 발간하면 좋겠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기획됐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