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구 인구중 '29.7%가 청년' 생동감 넘쳐
일자리·창업·주거지원·문화향유사업 추진
좌절 않고 희망 키우도록 환경 만들어줘야
그들이 원하는건 불평등없는 '공정한 기회'


고남석 인천 연수구청장
고남석 인천 연수구청장
대한민국 청년기본법보다 앞선 2019년 제정된 연수구 청년기본조례는 청년을 만 19세에서 39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 시기는 대학과 첫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서둘러 가정을 꾸리는 단계다. 만족스러운 중·장년의 삶을 준비하는 중요한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청년들에게는 녹록하지 않은 고난의 시기이기도 하다. 치열한 입시를 거쳐 대학에서 학구열을 불태우고 나면 혹독한 취업전쟁이 기다린다. 여기에 일찌감치 사회 양극화와 불균형, 일자리와 노동시장 문제 등에 치여 암울한 일상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결국, 세습과 불평등이 만연한 현실 앞에서 청년들의 미래는 하루하루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는 지자체 청년정책과 조례의 공통 가이드라인이 될 청년기본법을 시행했다. 청년정책의 목적과 범주를 확장해 현실에 맞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수 있는 법체계가 마련된 셈이다. 아직 실효를 거론하기는 이르지만, 청년이 겪는 사회문제를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일자리만이 아닌 총체적인 청년의 삶을 문제의 중심으로 인식했다는 것은 청년들의 요구에 대해 정치권이 뒤늦게 응답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청년문제 해결의 주체를 청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04년 청년실업해소특별법 국회 제정 이래 16년 만에 마침내 청년이 주체가 되는 청년정책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연수구는 전체 인구의 29.7%가 청년일 만큼 생동감 넘치는 젊음의 도시다. 인천의 청년 인구는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연수구는 청년 인구가 13.6%나 늘었다. 송도글로벌캠퍼스 4개 외국 대학을 포함해 10개 대학이 위치해 있고, 40여개의 크고 작은 도서관 등 선진적 교육인프라가 청년을 연수구로 불러 모으고 있다. 연수구도 지난해 서둘러 별도의 청년정책팀을 꾸리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해 왔다. 연수구 청년에게 희망이 있고, 안정적인 삶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은 미래를 향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판단에서다.

시급한 청년문제는 일자리만이 아니다. 최근 연수구가 진행한 조사에서 청년들은 주거부담을 줄이는 지원책이 먼저 해결해야 할 경제정책으로 꼽기도 했다. 과거에는 대기업 일변도의 일자리를 원했다면 이제는 지역 정착형 청년 일자리 지원정책을 바라고 있다.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기대했던 청년들의 실망감이 외부로 표출되면서 현실과 맞서는 청년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희망하는 문화 여가생활로 여행을 바라고, 이직을 희망하는 청년 직장인들은 '더 나은 곳으로 취업을 위해서'를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청년들의 꿈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향하고 있다는 얘기다.

연수구는 실태조사를 거쳐 청년정책위원회 구성과 함께 종합지원체계 마련에 나섰다. 청년 일자리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앞세워 혁신형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고, 현실에 맞는 정책 발굴에 주력해 왔다. 무엇보다 청년이 만들어가는 청년친화도시를 목표로 청년 주도의 거버넌스 구축과 자립기반, 삶의 질, 문화향유권 향상을 추진전략으로 내걸었다. 올해는 연수구 청년정책 5개년 계획의 원년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제1기 청년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일+경험 청년인턴, 청년 자립도전 자활사업단, 빈집 임대청년주택, 청년인생행복학교, 쉼·힐링 프로그램 등 4개 분야 17개 사업을 펼친다. 이 중 10개 공유주방에서 탄생시킨 청년 외식점포를 연수e음, 공공배달앱과 연계한 청년지원사업은 일찌감치 주목을 받고 있다.

청년세대와의 소통 부족은 미래 성장구조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 지 오래다. 청년들은 눈앞의 오늘보다 더 크게 꿈꿀 수 있는 내일을 만들기 위한 소통을 원하고 있다. 청년들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전에 누군가의 보호받아야 할 아들이자 딸로 인식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따라 생기는 세습과 불평등은 공정하고 건강한 청년문화를 혼탁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은 우리의 책무다. 청년들은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통념을 넘어 불평등이 대물림되지 않는 사회를 간절하게 열망하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건 그저 공정한 기회일 뿐이다.

/고남석 인천 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