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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는 방치되고 있는 고구려의 옛 성곽과 국립고구려박물관이 없는 현실을 짚어봤다. /경인일보DB

신라 경주·백제 공주·가야 김해
고구려 유적 많은 경기도는 없어
구리 '대장간마을 전시관' 유일

경기도내 유적 63곳… 성곽 방치
지자체·학계 박물관 필요성 강조


지금의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 속에는 다양한 과거가 있었습니다. 모두 우리의 훌륭한 자양분이지만, 그중에서도 기개 넘치고 호방한 역사를 자랑해 우리 어깨를 으쓱하게 하는 건 '고구려'입니다.

반도에 갇힌 지금의 모습과는 다르게, 대륙을 향해 거침없이 말머리를 돌려 만주벌판을 호령했던 고구려 역사를 배울 때 우리는 가슴 속 뜨거운 무엇이 벅차오르는 기분을 느껴봤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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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고구려의 정기를 잇는 우리의 현재는 어떨까요. 지난 5일 경인일보 1면엔 고구려의 옛 성이 제대로 보존되지 못한 채 군사진지로 망가진 모습이 보도돼 충격을 줬습니다.

연천군 미산면에 위치한 고구려 당포성 유적지는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고구려와 신라의 접경지로 군사적 요충지였던 곳입니다. 임진강 본류와 당개 샛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13m 높이의 천연 주상절리 성곽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성곽 가운데에는 주황빛 차양막과 빛바랜 초록색 출입문이 있고 언덕 부근엔 지하벙커로 추정된 진지가 있습니다. 성곽을 향하는 언덕길에는 폐타이어를 쌓아 만든 참호와 진지도 설치됐습니다.

비단 이곳만의 일일까요. 지난 14일 경인일보에는 취재진이 찾은 경기 북부 곳곳에 있는 고구려 유적지들을 돌아보았는데, 오랜 시간 방치돼 이곳이 고구려 유적인지 알 수 없습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고구려 유적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현재 알려진 경기도 내 고구려 유적만 63곳에 달합니다. 특히 경기 북부에 62곳이 몰려 있는데, 이는 경기 북부 지역이 삼국시대의 전략적 요충지로 고구려·신라·백제가 치열하게 다툼을 벌였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구려를 다룬 국립박물관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고구려 유적이 가장 많은 경기도는 물론이고, 전국 어디에도 없습니다.

신라 유적이 많은 경주에는 '국립경주박물관'이, 백제 유적이 많은 공주에는 '국립한성백제박물관'이 있고 심지어 가야 유적이 많은 김해에도 '국립김해박물관'이 설립된 것과는 참 대조적입니다. 그나마 경기도와 구리시가 예산을 들여 만든 구리 아차산 고구려대장간마을 전시관이 국내 유일의 고구려 전문 전시관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지자체도, 역사학계도 국립고구려박물관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하면서 정부에 예산 등의 지원을 절실하게 요청했지만 묵살당해왔다는 겁니다.

최근 우리 고유의 김치, 한복 등 생활 깊숙한 문화까지 왜곡 당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고구려는 아주 오래전부터 중국 동북공정의 단골메뉴였습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명제를 알 것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