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당 10명뿐… 정원 확대 요구
인천 15곳 지정에도 고작 8곳 운영
'아동 2명 이상' 예산요건 충족못해
"교사 우선채용 비용 부담" 하소연
아이 맡기고 '나몰라라' 부모도 문제
인천의 한 모텔에서 홀로 어렵게 두 아이를 키우다 급기야 생후 2개월 된 딸을 학대해 중태에 이르게 한 아버지는 사건 발생 전 자녀 둘을 24시간 돌봐줄 곳을 찾아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4월19일자 6면 보도='모텔 심정지 6일째 혼수상태 여아' 병원비 등 긴급 지원).
하지만 두 아이를 당장 보살펴줄 위탁 가정을 찾지 못했고, 24시간 운영되는 어린이집의 도움도 얻지 못했다. 이에 긴급 보육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4시간 어린이집은 부모의 경제 활동이나 한부모·조손가정 등을 위해 야간이나 주·야간 보육을 하고 있다. 인천에는 24시간 어린이집이 총 15곳 지정돼 있으나 이 가운데 절반 수준인 8곳만 운영되고 있다.
인천에서 24시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 A씨는 "부인이 갑작스럽게 집을 나가서 새벽 출근 시 자녀를 맡길 곳이 없다며 상담 중 눈물을 보이던 아버지도 있었다. 대부분 절박한 상황에 놓인 부모들이 찾아오나 정원이 차서 받지 못한 적이 셀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시청이나 구청에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보통 24시간 어린이집은 최대 10명의 아동을 보육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지난 2019년 3월부터는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국공립·법인 등 '정부지원시설'과 직장 어린이집을 제외한 민간 어린이집 등은 신규 지정이 불가능해졌다.
정원이 찬 경우, 이미 입소한 아동이 나가야 또 다른 아동이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빈자리가 잘 나지 않는다. 2~3세 때부터 24시간 어린이집을 이용한 아이들은 부모보다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애착 관계가 더 형성돼 있어서 대부분 취학 전까지 다닌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다른 한 어린이집은 24시간 어린이집으로 지정됐으나 정부 보육 예산 지원 요건을 맞추지 못하면서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24시간 어린이집은 아동 2명 이상 입소 시 야간·24시간 보육 교사 인건비가 지원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24시간 어린이집은 입소를 문의하는 양육자가 있으면 한 아동이 더 올 때까지 대기해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대기하다 입소가 성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 어린이집 원장 B씨는 "입소를 문의하는 분들은 대부분 급한 사유로 아동을 당장 맡기길 바라기 때문에 기다리지 못하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교사를 우선 채용해놓고 언제 입소할지 모르는 아동을 기다리기엔 어린이집에서 떠안아야 할 인건비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24시간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겨 놓은 채 방임하는 부모들도 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24시간 보육 아동 보호자의 준수사항을 명시하고 있으나 잘 지켜지지 않는다.
한 어린이집 원장 C씨는 "부모가 지방출장이 잦거나 3교대 근무로 불가피하게 (아동을) 맡길 땐 쉴 때마다 꼬박꼬박 집에 데리고 가서 함께 지내는 이들도 있는데 정말 희박한 사례"라며 "대부분은 (아동만) 맡겨놓고 '나 몰라라'하는 식으로 방치하는데 우리로서는 애들 처지가 안쓰러우니 어떻게 조치를 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도움이 필요한 아동 위주로 더욱 선별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24시간 어린이집이 잘 운영되도록 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