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카페 이기심 기반 다수 동원 문자폭탄
조직적 민원… 잘못됐다고 말한 것 뿐인데
선출 시민엔 입닫고 무조건 따르란 말인가

먼저 이 박사는 지역카페를 17~18세기 영국의 커피하우스에 비유하면서 생산적인 공론의 장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나는 지역카페의 주요 기능인 뉴스와 정보 공유에는 동의하지만, 이 박사의 말처럼 인천의 지역카페가 정치적 담론까지 생산한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카페에서 유통되는 정치적 담론은 자기 지역에 이익이 되는 경우에만 해당할 뿐이다. 거기에 지역의 요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정치제도와 결합하여 우리 사회를 이기주의의 함정에 빠트리고 있다고 본다. 도대체 이 박사는 지역카페의 어떤 부분을 보고 생산적인 정치담론을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또 이 박사는 지역카페가 아직 '조직화'의 단계를 밟아보지도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권력으로 부를 수 없다고 얘기한다. 정말 그럴까? 이미 지역카페는 수천 명을 동원하여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의견을 집결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상태다. 그건 인천시가 운영하는 시민청원제도에서 분명히 드러난 사실이다. 조직적인 문자폭탄과 각종 사이트에 집단적 민원을 제기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 위세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것을 권력이라 볼 수 없다니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 박사의 말대로 카페권력이 실재하지 않는다면 나 또한 공익의 가치를 실천하라고 주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내가 이 박사의 칼럼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시의원인 나를 강한 권력의 일부로 규정하면서 '카페권력을 경고하는 모양새가 사납고 불편하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내가 강력한 권력의 일부인지 딱히 모르겠거니와 이것이 카페권력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발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논법이다. 더 나아가 '위임된 권력이 위임한 권력을 나무라고 꾸짖는 것은 순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마치 도덕경을 읽고 있는 느낌이다. 시민의 표로 선출된 선출권력이 어찌 감히 자신을 뽑아준 시민권력을 비판할 수 있느냐는 얘기인데 왜 안 되는지 제발 설명해보시라.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얘기할 뿐이다. 그게 시민이든 권력자든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나의 직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나고 얘기하는 사람 중에 인천시민이 아닌 사람이 없는데 이 박사의 논리대로라면 나는 아예 입 다물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시민에 의해 선출되었다고 앞뒤 안 가리고 시민 요구에 추종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 박사의 초점이 잘못 맞추어졌다고 생각한다. 감히 의원 주제에 어떻게 시민을 공격하느냐는 식으로 나를 비판하기 전에 내가 얘기한 카페권력의 실체를 먼저 살펴봤어야 했다. 나는 카페권력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을 생각이 없다. 그러나 그 권력이 정당하게 사용되지 않는다면 공익의 차원에서 검증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기심에 기반을 둔 권력이 시민의 뜻으로 포장되어 인천시 전체를 흔드는 것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 박사는 나를 비판함으로써 이 논쟁을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시키고 있다. 비판하는 자를 비판하여 비판의 내용을 무력화시키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카페에서 쏟아지는 각종 의제가 어떻게 인천시를 불난 호떡집으로 만드는지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는 나로서는 이 박사의 지적이 그저 한가한 타령이며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만 들릴 뿐이다.
/강원모 인천시의회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