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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으로 머리 관통상을 당하고도 살아남기는 힘들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상인 미국에선 드물지만 이런 기적이 일어난다. 2012년 70여명의 사상자를 낸 콜로라도 총기 난사 사건의 피해자 패트라 앤더슨은 4발의 총알을 맞았고, 1발은 코를 관통하고 뇌를 관통해 두개골 뒤편에 박혔다. 하지만 총알 제거 수술을 받고 회복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신의 보호"라 했다.

2001년 애리조나 총기 난사 사건은 더욱 극적이다. 범인은 연방 하원의원 개비 기포드를 표적으로 삼았다. 6명이 희생됐고 기포드 의원도 총알이 뇌를 관통하는 중상을 당했다. 하원의원을 노린 총기 난사에 미국인은 충격에 빠졌고 그녀의 쾌유를 기원했다. 신의 가호인지 수술은 성공했다. 하지만 언어장애와 실명 등 심각한 후유증으로 의원직은 사퇴했다. 이후 총기규제 전도사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최근 양주시의 박모씨에게도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5일 70대인 박씨는 유해조수구제단원이 발사한 산탄에 총상을 입었다. 1발의 산탄엔 다수의 총알이 들어있어 목표물 공격 반경을 넓혀준다. 피해자는 신체 여러 곳에 총상을 당했는데 총알 1개는 우뇌를 관통했다. 양주소방서 구급차는 피해자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에 신속하게 이송했다. 외상센터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수술을 무사히 마쳤고, 현재 피해자는 일반 병실에서 회복 중이라고 한다.

박씨의 구사일생은 양주소방서의 신속한 호송과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의 즉각적인 대응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오인 사격 사고를 냈지만 유해조수구제단원의 지체없는 신고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우뇌를 관통당하고서도 살아남은 건 기적에 가깝다.

현재 경찰은 유해조수구제단원을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란다. 사고 당일 양주시의 요청으로 유해조수 포획에 나섰다가, 나물을 뜯던 박씨를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냈으니 처지가 딱하다. 하지만 박씨에겐 치명적인 사고였으니 법적 처벌을 피하긴 힘들테다. 그래도 관청의 요청으로 농가피해를 막기 위한 유해조수 포획 중 벌어진 사고라는 정황이 충분히 참작되길 바란다. 박씨를 살린 기적이 훈훈하게 마무리됐으면 해서다. 미담에 목마른 험악한 세상 아닌가.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