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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내 차기 지도부와 의원들은 연일 '오만과 자만이 불러온 결과'라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실 선거 전부터 당내에선 참패를 점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소(서울·부산시장)를 잃는 것이 어느 정도 예고된 결과랄까? 당시 조금이라도 앞을 내다본 인사들의 말은 이랬다. "질 거면 확실하게 져야 한다. 애매하면 안 된다"였다.

민주당이 무참히 깨져야만 정신 차리고 사고의 눈높이를 국민에게 맞출 것이란 속뜻이 담겼다. 이 역시 당을 향한 충정에서 나온 말일 테다.

이들의 예견대로 민주당은 무참히 깨졌다. 이후 등장한 패배 원인 찾기에선 역시나 '부동산 문제'가 핵심으로 꼽혔다. 집값 폭등이 민심이반을 불러왔고, 내 집 마련의 꿈이 요원해진 2030세대가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바로 봤다.

폭등하는 집값에 민심이 아우성칠 때는 "문제없다"고 당당했던 이들이 선거에 한 번 지고 나니 이제야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하니 국민들의 헛웃음도 커진다. 3년 뒤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갈 표심이 무섭긴 무섭나 보다.

그래서인지 민주당은 곧바로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그런데 분위기가 좀 묘하다. 종부세 부과기준 상향,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완화, 무주택자 대출 규제 완화 등 관련 대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국민들 반응은 영 시큰둥하다. 되레 자신들이 쌓은 25층 탑(부동산 대책)을 부정하는 모습엔 더 큰 실망감까지 비친다.

이쯤 되면, 맥을 완전히 잘 못 짚었다고 봐야겠다. 민심은 집값을 잡아달라는 거지 오를 대로 오른 집을 살 수 있도록 빚내는 길을 열어달라는 게 아니다.

이를 놓고 차기 당권주자도 일침을 날렸다. 우원식 의원은 "바람이 분다고 바람보다 먼저 누워서야 되겠나. 넘어져도 앞으로 넘어져야지 뒤로 넘어져야 되겠나. 선거 패배의 원인은 '집값 급등'이지 이른바 '세금폭탄'이 아니다"라고 했다. 제발 외양간만이라도 제대로 고치자. 그게 바로 민심이다.

/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