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중 최강 리그는? 독일·영국 리그는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거친 몸싸움이 특징이다. 스페인은 화려한 개인기에 고난도 기술축구가 돋보이고, 이탈리아는 빗장 수비에 이은 반격이 매섭다. 장·단점이 분명하고 개성이 강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유럽 축구리그 수준을 간접 평가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다. 각국 리그 최상위 32개 팀이 참가해 예선리그와 토너먼트를 거쳐 우승팀을 가린다. 유럽 명문 구단의 각축장이자 천문학적 매출이 뒤따르는 꿈의 무대다. 유럽 축구팬들은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대회보다 챔피언스리그에 더 열광한다.
지구촌 축구팬을 놀라게 하는 뉴스가 나왔다. 축구 슈퍼리그(ESL)의 출범 소식이다.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 등 프리미어 리그 6개 구단과 AC밀란, 인터 밀란, 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등 12개 구단이 참여한다고 선언했다. 미국자본인 JP 모건이 46억 파운드(약 7조2천억원)을 투자한다는 속보가 전해졌다.
리그 운영방식은 챔피언스리그와 유사하다. 15개 팀이 주말 경기를 벌인 뒤 상위 팀끼리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오는 8월에 시작해 내년 4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 등 슈퍼스타들이 뛰게 된다. 주말마다 챔피언스리그 수준의 게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은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 각국 축구협회가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참가 구단은 기존 리그에서 퇴출하고, 소속 선수는 각종 대회 참가를 막기로 했다. 프리미어리그 6개 구단은 즉각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탈퇴를 선언했다. 슈퍼리그 출범 자체가 어렵게 됐다.
'꿈의 리그'를 향한 당찬 도전은 멈춰 섰다. 빅(Big)클럽 위주의 폐쇄적인 리그 운영에 비판 여론이 거세고, 양대 축구 연맹이 가로막는다. 하지만 허를 찔린 담대함에 놀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재주는 구단·선수가 부리고, 수익은 연맹이 챙긴다는 불만이 크다. 돈과 권력에 취한 FIFA와 UEFA에 구단들이 반기를 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혁명이 실패했다고 꿈이 사라진 건 아닐 것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