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이선경 등 '구국민단' 조직
상하이 가는 길 日 경찰에 체포
심문때 병 얻어 재판정 못 나와
일제 '폭력적 고문' 사실 뒷받침
석방 9일 뒤 19살 나이에 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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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수원박물관 학예연구사
따뜻한 봄이 오면 우린 벚꽃의 아름다움에 잠깐 취한다. 벚꽃은 순간 피었다가 지는 꽃이지만 매년 봄이면 다시 꽃을 피운다. 우리가 나라를 빼앗겼던 시절 일본 제국주의는 개량된 벚꽃, 일명 '사쿠라'를 지배기구와 공공기관 앞에 식재하여 식민지를 상징화하였다. 하지만 벚꽃은 제주도에서 자생한 왕벚꽃으로 우리의 꽃이었다. 벚꽃을 바라보며 식민의 그늘과 우리의 것에 대한 소중함이 서로 교차한다. 수원박물관에 피어난 봄의 전령사 우리의 벚꽃이 하늘거리며 떨어진다. 그 꽃잎을 바라보며 지난 100년 전 1921년 4월21일 조국독립을 염원하며 산화한 19살의 이선경 열사를 그리워해 본다.

이선경은 1902년 5월25일 경기도 수원면 산루리 406번지에서 태어났다. 이선경은 일찍부터 수원 산루리에서 서울까지 통학을 하며 공부했다. 1918년 수원공립보통학교(현 신풍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숙명여학교에 진학하였다. 그리고 2학년 때인 1919년 3월5일 서울에서 학생만세운동에 참가하였다가 구속되어 3월20일 무죄 방면되었다. 이후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현 경기여고)로 전학하였는데, 1920년 8월31일 결석일수가 많아 퇴학을 당하였다. 1920년 8월 '구국민단(救國民團) 사건'으로 체포되었기 때문이었다.

구국민단은 산루리 출신 박선태를 비롯해 이득수, 임순남, 최문순, 차인재, 이선경 등에 의해 1920년 6월20일 조직되었다. 이들은 '일한합병에 반대하여 조선을 일본제국 통치하에서 이탈케 하여 독립국가를 조직할 것'과 '독립운동을 하다가 입감되어 있는 사람의 유족을 구조할 것'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1주일에 한 번씩 금요일마다 수원 읍내에 있는 삼일여학교에서 회합하였다. 독립신문의 배포 등을 논의하고 임순남, 최문순, 이선경은 상하이로 가서 임시정부의 간호부가 되어 독립운동을 도울 것을 맹세하였다.

구국민단의 단장이자 동네 오빠였던 박선태는 이선경에게 독립자금 120엔을 주고 상하이 임시정부로 건너가게 했다. 이선경은 바로 상하이로 가고자 수원을 출발하여 경성으로 올라갔다. 경성에서 상하이로 출발하기 직전 첩보를 입수한 일제 경찰에게 1920년 8월14일 체포되고 말았다. 긴박한 체포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선경의 구국의지는 강했다. 때문에 이선경은 체포된 이후 너무나 가혹한 현실을 마주했다. 심문과정에서 병을 얻어 재판정에도 나올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끝내 재판부는 이선경을 재판정에 세우지 못하고 재판을 진행하였다. 이것은 일제의 폭력적 고문이 있었던 사실과 재판 이후 이선경의 순국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1921년 4월 이선경은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언도받았다. 그러던 중 구류 8개월만인 1921년 4월12일 석방되었다. 일제가 이선경이 죽음을 앞두고 있자 책임을 면하고자 풀어준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이선경은 9일 뒤, 4월21일 안타깝게도 19살의 나이에 순국하였다.

조국독립을 위해 희생한 이선경은 순국한 지 91년 만인 2012년 3월1일 수원박물관의 노력으로 건국포장 애국장에 추서되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2021년 수원 산루리 출신의 독립운동가 이선경(李善卿) 순국 100주년을 기념하여 '수원 산루리의 독립영웅들' 테마전을 수원박물관에서 4월30일 개최한다. 전시에는 수원 산루리(현 중동, 교동, 영동 일대) 출신의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한다.

현재에도 독립운동가들의 얼굴을 알지 못하거나 후손 확인이 안 되어 세상에 묻혀있는 분들이 너무도 많다. 역사는 기록이다. 기록을 통해 기억하며 기념한다. 역사는 잊어버리는 자의 몫이 아니라 기억하는 자의 몫이다. 코로나19가 온 세상을 뒤덮은 우울한 일상이 지속되는 지금,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지난 100년 전 일본제국주의가 강점해버린 어두웠던 식민지의 그늘 아래 조국 독립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이선경 열사를 다시 한 번 가슴에 품고 기억해 본다.

/이동근 수원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