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인명·경제 막대한 손실 초래
그린뉴딜 정책 '상향식' 돼야 큰 효과 기대
구리시, 민·관 합심 사업 추진하고자 노력
주민들 직접 기획 민간주도형 반드시 필요


안승남 구리시장
안승남 구리시장
올해는 일찍 따뜻해진 날씨로 봄꽃 개화가 유난히 빨랐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공식 벚꽃 개화일은 3월24일이었다. 이는 1922년 공식 관측 이래 가장 빠른 것이라고 한다. 벚꽃뿐만이 아니다. 최근 30년(1991~2020)간 봄꽃 개화일은 그전 10년(1981~1990)과 비교하여 매화는 10~21일, 개나리는 2~6일, 진달래는 3~5일, 벚나무는 2~6일가량 빨라졌다. 기상청은 봄꽃 개화에 영향을 주는 2~3월 평균기온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1980년대 2.9℃이던 우리나라의 2~3월 평균기온은 최근 10년간 4.2℃로 상승했다.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기온이 0.74℃ 높아진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것이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는 봄꽃을 빨리 볼 수 있게 되는 단순하거나 긍정적인 문제가 아니다. 지구 온난화는 폭염·폭설·가뭄·호우 등과 같은 기상이변과 생물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로인해 막대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야기한다.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지구온도가 2℃ 이상만 올라도 여름철 폭염으로 유럽에서만 수만명이 죽고, 세계 각종 생물의 3분의1이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탄생한 것이 바로 '그린뉴딜'이다. 그린이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린뉴딜은 친환경·저탄소 중심의 재정 투자를 통해 경기를 회복하고 더불어 사회경제 구조를 친환경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진 정책이다. 미국과 EU 등지에서 시작된 그린뉴딜운동은 이제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7월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면서 그린뉴딜을 한국판 뉴딜의 중요 축으로 제시하는 등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밀집된 경기도 역시 '데이터를 도민 품으로', '저탄소, 도민과 함께', '도민 삶의 안전망 구현' 3개 분야와 9개 중점 과제에 주력하며, 경기도형 저탄소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판 그린뉴딜, 경기도형 저탄소 그린뉴딜 모두 기관이 민간을 대상으로 하는 하향식 정책에 가깝다는 것이다. 환경정책 자체가 상향식 정책이어야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일례로 독일의 경우에는 200여년 전부터 환경은 개개인의 참여로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정규 교육과정과 함께 환경단체가 포함되는 환경교육을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 시민과 함께하는 환경보호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가 2016~2020년 2만3천여명의 독일인에게 자연과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환경에 전혀 관심 없는 시민은 매년 조금씩 줄고, 적절히 관심을 표명한 시민이 매우 관심 있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즉 환경에 무관심한 사람은 줄어들면서 관심 있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독일은 시민단체부터 환경센터, 시민대학, 유치원, 기업, 관청 등 다양한 기관이 환경문제에 관여하고 있고, 정부 역시 시대 흐름에 맞는 정책을 펼치며 민과 관이 함께 하는 환경정책이 자리를 잡고 있다. 물론 지난 50년간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고 국력을 기울였던 우리나라와 2차 대전 이후 빠르게 경제를 회복했던 독일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에서부터 시작되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는 상향식 전개 방식은 환경정책 수립 시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기초적인 모델이다. 구리시도 지난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그린뉴딜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관련 단체와 협약을 맺고 민관이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의 동의와 참여가 환경정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그린뉴딜 정책을 진행해 나갈 때 주체를 주민으로 설정하고 주민이 결정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주민조직과의 연대와 협력 강화를 통해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한 사업들을 정책에 반영하는 주민주도형 그린뉴딜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환경은 우리가 누리고 있지만 우리의 것만은 아니다. 이것은 나와 미래세대가 함께 누려야 하는 공적인 개념의 세대 간 공유물이다. 이러한 환경을 위해 민과 관이 협력하여 깨끗한 환경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안승남 구리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