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외없이 적용된 방역지침 '족쇄'
"병원 갈때 매번 QR코드 찍어야"
키오스크 상점에선 버튼 못찾고
'웹접근성 인증' 온라인몰도 없어
생활 불편 호소… '음성지원' 요구

그런데 비대면 사회가 모두에게 가치 있는 일일까요. 우리가 비대면의 편리성에 빠져 미처 눈치채지 못한 사이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는 현장이 있습니다.
경인일보 4월19일자 '비대면 시대 고립되는 시각장애인' 편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사는 것이 훨씬 무력해진 시각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경증 시각장애인 이영애(67)씨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QR코드가 잘 보이지 않아 직원에게 얘기하면 '그럼 명부 쓰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와요. 잘 안 보여서 도와달라고 하면 '그럼 안경 쓰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적용되는 정부 방역지침이 이들 시각장애인에겐 외출 한번 쉽게 할 수 없는 족쇄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경증 시각장애인 정창윤(36)씨는 "병원에 갈 때도 매번 QR코드를 찍어야 합니다. 그럴 때마다 직원분께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기조차 쉽지 않습니다"라며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했습니다.
코로나19와 함께 사람없는 '무인 상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키오스크(결제 가능한 무인단말기) 시장이 커졌습니다. 실제로 국내 키오스크 도입 추이는 2015년 20억원 시장 규모에서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22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계산해주는 사람조차 없는 키오스크 상점은 과연 시각장애인에게 친절한 곳일까요. 중증 시각장애인 최재영(가명·61)씨는 키오스크의 버튼을 도저히 누를 수가 없습니다. 포장지에 기입된 바코드를 찾아 단말기에 입력해야 하는데, 음성지원도 되지 않는 키오스크 상점에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뿐일까요. 시각장애인 등 정보 취약층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 '웹 접근성 인증제도'는 시행된 지 7년이 넘었지만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들 중 단 한 곳도 인증을 받지 않았습니다.
웹 접근성 인증을 받지 않은 쇼핑몰에서 제품을 누르면 '제품', '상품', '물건'과 같은 아주 기본적이고 제한된 정보만 얻을 수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사실상 온라인 구매를 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이들 시각장애인들은 입을 모아 '음성지원'을 요구합니다. 교육을 받든, 물건을 사든, 지금 '코로나 일상'을 그나마 영위하려면 음성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는 25만3천55명, 경기도 내에는 5만3천728명의 시각장애인이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이들은 QR코드를 찍지 못해서, 바코드를 찾지 못해서, 매일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꼼꼼하게 기록된 기사를 읽어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 함께 토론합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