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원치않던 결과 '무효' 결정, 법원 불인정
그러자 감사착수 도의회도 조직무력화 합세
진실은 체육발전·체육인 권익 약자攻伐아냐

"통닭은 왜 튀겨야만 하지? 돼지고기처럼 직화로 구우면 어떤 맛일까. 여기에 매콤달콤한 소스를 바르면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까." 수원시 율전동에 닭 숯불 바비큐 전문점을 차렸다. 인근 대학생과 직장인이 몰리면서 줄을 서게 됐다. 장사가 잘될수록 몸은 엉망이 됐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 덜 힘들고 수익은 더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전국 가맹점 500개를 넘어선 '코리안 숯불 닭 바베큐'의 탄생 비화다.
2000년대 말 마라토너 출신이란 인연으로 경기도생활체육회를 이끌게 됐다. 특유의 친화력과 맏형 리더십(leadeship)으로 공감대를 넓혔다. 지난해 체육진흥법 개정에 따라 치러진 선거에서 체육인들은 그를 초대 민선 경기도체육회장으로 선택했다. 그런데 지난달 말 그가 경기도의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대체 무슨 일인가.
회장 선거엔 3인이 출마했다. 이 회장 당선은 의외였고, 도(道)가 바라지 않은 나쁜 결과였다. 선관위가 어정쩡한 사유로 당선무효 결정을 내렸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민선 전 임명된 사무처장은 사표를 던지고 떠났다. 도는 체육회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고, 도의회는 체육진흥재단을 만들겠다며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대한체육회와 관련 부처가 이의를 제기했다. 도의회는 방향을 틀어 체육진흥센터를 설립하겠다고 한다. 체육회 기능과 조직을 무력화하는 내용이다.
도의회는 '경기도체육회관 운영 조례'도 바꿨다. 경기도체육회관과 사격테마파크, 유도·검도회관 운영자가 체육회에서 경기주택도시공사(GH)로 이관된다. 체육회관은 고 임사빈 지사 시절 체육인들이 절반 넘는 사업비를 부담해 건립한 경기체육의 요람이다. 집주인을 쫓아낸 임차인이 '다시 들어와 살려면 세를 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린다. 송파 올림픽회관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관리하겠다면 말이 되는가.
체육회는 지난 5년간 4억원 넘는 대외협력·업무추진비를 마구잡이로 썼다. 지난해 7~10월 도 감사결과다. 임직원 93명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고, 일부는 수사 대상이 됐다. 도의회는 고질적인 비위와 방만한 운영을 방관할 수 없다고 한다. 썩은 나무를 도려내려는 고육책이라는 거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구성원들의 일탈은 셀 수 없을 지경이나, 그렇다고 지방자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도의회는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 센터 설립이 체육 발전과 체육인 권익보호에 뭔 도움이 되는가. 이원성 아닌 친위 인물이 회장이라도 예산을 자르고, 체육회관을 빼앗고, 센터를 만들겠다고 집요하게 매달렸을까. 체육인들은 집행부 심기를 헤아리고 함께 어깨동무한 것 아니냐고 묻는다. '정치로부터 체육을 지켜달라'는 이유다. 전국 광역지자체 체육회가 이런 주장에 공명(共鳴)한다.
지방권력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분점한다. 의회는 입법과 감사권한을 통해 집행부를 견제·감시한다. 행정·예산·인사권은 법 테두리에서 절제된다. 그런데 입법과 행정이 짬짜미하면 권력의 오·남용을 막아낼 도리가 없다. 유력한 대선후보 도지사와 도의원 142명 중 132명이 같은 당이다. 신사옥 공사가 발주된 공공기관을 이전한다는 집행부의 황당한 결정에 의원들은 내 지역 챙기겠다며 딴청이다. '이재명 표 기본소득' 찬반 논쟁은 의회 밖에서 더 뜨겁다.
해를 넘긴 코로나19 팬데믹에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경제 전반이 위태롭다. 빚더미 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은 '아침에 눈 뜨기가 두렵다'고 한다. 스포츠 산업은 뿌리째 흔들리고, 관광업계는 줄도산 공포에 떤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진력해야 할 정책의 최우선은 민생(民生)을 챙기고 민초(民草)를 보듬는 일이다. 합체된 힘으로 약자를 공벌(攻伐)하고, 굴종을 강요할 일이 아닌 게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