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준설토 투기장1
지난 25일 천연기념물 326호 검은머리물떼새와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검은머리갈매기가 서식하는 인천시 중구 영종도 제2준설토투기장 내에 멸종위기종 조류가 서식한다는 경고판이 설치되어 있다. 2021.4.25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갯벌 인근 덤프트럭 수시로 오가
한상드림아일랜드 진입로 공사
검은머리물떼새 개체수 '반토막'
검은머리갈매기 1마리도 안보여
"안정적 서식 환경 조성 대안을"


인천 영종도 갯벌을 찾아오는 검은머리물떼새와 검은머리갈매기가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지 환경단체는 이 철새들의 서식처인 갯벌 인근에 있는 '제2준설토투기장'에서 올 초부터 준설토 투기 작업이 시작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5일 찾아간 영종도 제2준설토투기장. 흙바닥에 검은머리물떼새 둥지가 눈에 띄었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천연기념물 326호로 우리나라 서해안 지역 갯벌에서 여름을 보내는 철새다. 검은머리물떼새 둥지에는 알 1개가 있었다. 인근에는 둥지의 주인인 것으로 보이는 검은머리물떼새가 큰 소리로 울며 날고 있었다.

경인일보 취재진과 함께 현장을 둘러본 영종환경연합 홍소산 대표는 "포란 중이던 검은머리물떼새가 사람의 접근을 눈치채고 날아올라 경계하는 것"이라며 "예민한 검은머리물떼새는 200~300m 정도만 사람이 접근해도 다른 곳으로 피한다"고 설명했다.

이 검은머리물떼새 둥지에서 불과 10~20m 떨어진 곳에는 지름 50㎝ 정도 크기의 배사관(바다에서 퍼올린 모래를 준설토 투기장으로 보내는 관로)에서 흙이 섞인 검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인천항 제1항로(팔미도~북항)를 준설한 토사가 이곳에 투기 되고 있다.

휴일인 이날에도 대형 덤프트럭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고, 인근에는 한상드림아일랜드 진입도로 공사도 진행되고 있었다. 예민하다는 검은머리물떼새들이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올해 이곳을 찾아온 검은머리물떼새는 80여마리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고, 검은머리갈매기도 10여마리로 눈에 띄게 개체 수가 급감했다며 홍 대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검은머리갈매기는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날 홍 대표와 함께 제2준설토투기장 인근을 2시간여 동안 돌아다녔지만, 검은머리갈매기는 단 1마리도 관찰할 수 없었다.

홍 대표는 "준설토투기장 조성으로 철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는 갯골의 면적이 감소한 데다, 인근에서 계속 공사가 진행 중인 탓에 철새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준설토투기장을 관리하는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 관계기관에선 철새가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개체 수 모니터링은 계속하고 있다"며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들과 협의해 서식 환경을 개선할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