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반기고 맞아 주는 학교
등굣길 정겨운 인사로 하루 시작
"교장이 변해야 교육 환경도 변해"
농사 체험 등 다양한 학습활동도
"안녕하세요. 와! 오늘은 멋진 모자를 쓰셨네요." 인천 서구 은지초등학교 김낙휘 교장은 매일 아침 아이들과 정겹게 인사를 나눈다.
아이들도 교장 선생님과 거리낌 없이 자기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교장 선생님, 저 오늘 기분이 나빠요. 밥을 못 먹었거든요." "지금 몇 시에요? 지각인가 봐요."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함께 시작되는 경쾌한 은지초의 등굣길 풍경이다.
아이들과의 인사로 시작하는 아침은 김낙휘 교장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빼놓지 않고 실천하는 하루의 첫 일과다.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에게는 주머니에 있는 간식을 내어주고, 지각한 아이들에게는 서두르다 다칠 수 있으니 천천히 걸어가라는 따뜻한 말을 건넨다.
김낙휘 교장은 "매일 아침의 이 작은 인사가 학생들에게는 누군가가 기다리고, 반기고, 맞아주는 학교에 대한 애정을 심어준다"며 "학부모에게는 안심하고 자녀를 보내도 된다는 믿음을 준다"고 했다.
김 교장은 2015년 교장으로 취임한 이후 변함없이 지켜온 자신만의 원칙이 있다. 그것은 바로 '교장이 변해야 학교가 변하고, 학교가 변해야 교육이 변한다'는 것이다. 권위 의식을 버리고 교장이 먼저 인사하면 학생과 교직원들도 마음을 열게 되고,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믿어주니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장의 교육 지론은 교사가 학생을 살피고 교육에 전념하는 교육 환경을 마련하고,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요시하고, 교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이다.
김 교장은 학생들의 잠재력을 키워주기 위해 다양한 학습활동을 마련했다. 지역사회를 활용한 딸기농장체험, 농사체험, 숲 체험 활동 등을 통해 자연의 신비함과 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외국 학교와의 동아리 교류활동, 예체능 교육, 진로체험 등의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낙휘 교장은 오는 8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은지초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교장 선생님의 안부 인사, 교육에 대한 집중, 사람과의 소통으로 시작된 작은 씨앗이 믿음과 행복이 가득 찬 학교를 만들었다"며 김 교장의 퇴임을 아쉬워했다.
얼마 전에는 3학년 학생이 "교장 선생님이 퇴임하시면 많이 서운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손편지를 건네기도 했다. 김 교장은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학생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꽃으로 성장해 이 나라를 이끌어갈지 즐거운 상상을 한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provinc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