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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이것은 강도다: 세계 최대 미술품 도난 사건'은 미국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 도난 사건을 다룬다. 경찰관 복장을 한 2인조 남성 용의자가 경비원을 제압해 포박한 뒤 81분 동안 내부를 돌면서 13개 작품을 훔쳐 유유히 사라졌다. 사건은 '성 패트릭 날'인 1990년 3월18일 새벽에 발생했다.

도난당한 명화는 렘브란트, 마네, 드가 등 전설적인 거장들의 작품이다. 가치를 환산하면 현재 감정가로 5억 달러(약 5천600억원) 수준이고, 당시로는 2억 달러로 평가된다. 박물관 측은 1천만 달러란 거금을 보상금으로 내걸었으나 30년이 지나도록 미제로 남아 있다.

범인들은 고가의 미술품을 겨냥했으나 부주의하며 거칠게 다뤘고, 가치가 높지 않은 화병을 가져가기도 했다. 용의자 추정을 헷갈리게 하려는 의도된 행동으로 추정된다. 4부작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는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뒤 박물관의 허술한 관리 실태를 조명하고 누가 훔쳤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당국의 압박으로 입지가 좁아진 보스턴 지역 마피아 단체 소행으로 추정했으나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이건희 컬렉션 이동작전에 돌입했다고 한다. 물동량은 자그마치 고미술품 2만1천693점이나 된다. 호암미술관과 삼성미술관 리움 양쪽에 소장된 유물을 중앙박물관 수장고 내 별도 공간으로 '훼손 없이 안전하게' 옮기는 유물 대이동이다. 작전 수행에 도움을 주려 삼성 측은 무진동 차량 등 유물 전문 운송 차량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박물관은 기증 유물 보관을 위해 1천㎡ 규모의 '이건희 수장고'를 마련했다고 한다. 온도는 물론 지진과 화재에도 피해가 없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워낙 방대한 수량에 작업 과정이 까다로워 이동을 마치더라도 등록까지는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량이 큰 석조물들은 아직 목적지를 정하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가의 예술품은 장소를 옮길 때가 가장 위험하다. 신출귀몰한 절도수법은 영화와 소설의 단골 소재다. 가드너 박물관 사건은 보안장비가 허술하기 짝이 없던 수십 년 전 일이다. 첨단 감시장치로 들여다보는 지금 여건에선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더라도 과하다 싶을 정도의 다중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세상에 완벽한 안전은 없기 때문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