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탄핵·적폐수사·태극기 논란 혼돈
탄핵이후 연이은 패배 잊었나… 민의 직시를
우선 과제 선거후 퇴행·수구적태도 벗어나야
그나마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었던 요인은 박근혜 탄핵 반대와 당시 집권당으로서의 국정농단 방치에 대한 사과와 민주화 운동 관련 참회가 국민의힘이 안고 있던 족쇄를 어느 정도 해소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재보선 이후 국민의힘은 탄핵과 '적폐수사', 태극기 논란 등을 두고 혼돈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탄핵 당시 소추위원장을 맡았던 권성동 의원이 영남 지역구 출신인 김기현 의원에게 크게 패한 것도 탄핵 관련 이슈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판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대선주자로 나서기 전에 고해성사의 과정을 먼저 거쳐라"라며 '잘못된 적폐수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극우강경 성향의 황교안 전 대표 정치복귀에도 찬반으로 당내 의견이 나뉘고 있다.
재보선 승리는 상대의 패착으로 승리를 견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췄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영남에 지역구를 둔 중진들의 과거지향적 발언은 내년 대선보다는 22대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유사한 상황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야권재편과 통합 논의가 동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힘이 중도지향보다 과거회귀로 선회할 경우 안철수 대표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의 결합보다는 중도실용을 명분으로 제3지대에서의 정치세력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발 연합정치는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고 그만큼 정권교체를 바라는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영남 지역구가 대부분인 국민의힘이 중도로 확장성을 이어나가고 수권정당으로의 형태를 갖추려면 탄핵 부정과 강경수구와는 확실하게 결별해야 한다. 21대 총선의 궤멸적 참패를 상기한다면 최근의 국민의힘에서 나타나고 있는 퇴행적 행태는 그 자체로 집권보다는 지역 기득권의 안주를 의미한다.
지난 총선에서의 참패로 당이 영남 기득권 정당으로 왜소화된 것이 오히려 더 핵심 지지층에 집착하게 될 유인(誘因)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영남이 다른 지역에 비해 탄핵에 찬성하는 것에 부정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 있지만, 대선 승리는 전국 차원에서 세대와 이념 성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시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분명한 지향이 있어야 한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의 참패뿐만이 아니라 탄핵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연이어 참패한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이제 패배의 터널을 탈출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정도다. 그것도 상대방 실책에 편승한 현상이라는 사실을 국민의힘은 직시해야 한다. 연이은 선거 패배를 까마득하게 잊고 재보선 승리에 도취되어 시대역행적 발언이 빈번하게 돌출된다면 민심에 다가갈 수 없다. 이러한 구태가 당내 역학관계나 총선을 의식한 영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어진다면 차라리 정권교체의 대의보다 야당 기득권에 안주하는 편이 낫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집단지성의 발현으로 여야 정당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한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를 정확히 짚고 패인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전제될 때 유의미한 정당으로서 생존할 수 있다. 지금의 정국을 규정하는 여러 요인 중에 탄핵은 여전히 가장 민감한 변수다. 박근혜 사면을 둘러싸고 국민의힘에 이견과 갈등이 노출된다면 이는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의 일차적 과제는 선거 이후의 퇴행과 수구적 태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