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백신은 요즘 최고의 화두다. 백신 수급 불안이 불거지면서 방역 정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백신은 1796년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의 우두법에서 비롯됐지만, 천연두를 막기 위한 의학적 노력은 15세기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두법(人痘法)이라고 해서 천연두 환자의 고름이나 딱지를 코로 흡입하는 중장묘법이나 천연두에 걸린 환자의 옷을 빌려 입는 의묘법 등이 중국에서 시행된 바 있다. 병원성이 낮은 병원체를 이용하여 면역력을 얻는 방법을 백신 접종이라 하는데 백신이라는 말은 암소를 가리키는 라틴어 백카(vacca)에서 유래했다. 이 우두법으로 에드워드 제너는 '백신의 아버지'로 통한다.
백신이 보편화하기 이전 인도에서는 천연두를 일으키는 악마 즈바라수라(Jvarasuera)를 물리치기 위해 여신 시탈라(Shitala)를 숭배하기도 했고, 우리의 경우에는 천연두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마마를 주관하는 신령인 호구별상마마를 달래는 마마배송굿 또는 손님배송굿을 벌이기도 했다.
우두법이 나오기 전까지 천연두의 위세는 엄청난 것이었다. 전 지구적으로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14~16세기 멕시코에서 번성했던 아스테카 문명은 코르테스가 이끄는 스페인군이 퍼뜨린 천연두로 인해 멸망하고 말았다.
K-방역으로 성가를 올린 신속 진단키트·마스크쓰기·사회적 거리두기는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 집단면역을 확보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방법은 백신 접종과 치료제 개발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에 불거진 백신 부족으로 인한 접종 차질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 이유가 백신 자국우선주의의 탓도 있지만, 백신 수급과 관련한 당국의 대처방식과 방역행정이 못내 아쉽다.
앞선 국가들을 따라잡는 추격형 성장이나 세컨드 웨이브 전략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제부터라도 백신 개발, 신약 개발 등 기초분야에 대한 보다 더 과감한 투자와 지원정책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팬데믹 시대는 정치적 주권 못지않게 백신 주권도 중요하다. 이번 사태가 백신 주권을 확보하고, 정책을 되짚어보는 방역행정의 백신이 되길 바란다.
/조성면(객원논설위원, 수원문화재단 지혜샘도서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