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서진학교' 설립과정서 갈등
배제된 장애인의 교육권 지적한 다큐
'현실적 문제까지' 사려깊은 시선으로
■감독:김정인
■출연:이은자(본인), 정난모(본인), 조부용(본인)
■개봉일:5월 5일
■다큐멘터리 / 12세 관람가 / 99분
특수학교 설립 문제에 얽힌 한국 사회의 경제·사회적 불평등의 민낯을 여실 없이 보여주는 영화가 개봉했다.
영화 '학교 가는 길'은 지난 2017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됐다.
장애학생 부모가 무릎을 꿇은 화제의 사진은 여러 진통 끝에 개최된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 속 학부모들은 장애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참석자들을 향해 죄인처럼 고개를 숙여야 했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이를 위한 학교라는 이유로 번번이 설립이 좌절되는 한국 사회의 열악한 복지 현실에 대한 민낯을 확인한 감독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같은 학부모로서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자신이 살아온 세상보다는 단 한 뼘이라도 나은 곳이 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아침 해가 채 뜨기도 전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안지현양의 등굣길을 따라가며 시작하는 영화는 강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가 설립되는 과정 속 장애인부모회 어머니들의 용기와 강단 있는 행보를 묵묵히 카메라에 담았다.
'무릎 사진'으로 이슈가 된 2017년 9월의 토론회 현장에서부터 2020년 3월 서진학교가 문을 열던 순간까지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을 면밀하게 들여다본 영화는 차별당하고 배제되어 온 장애인의 교육권에 대한 문제 제기는 물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영화는 단순히 서진학교 설립 과정에 따라오는 표면적 사건만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학교 설립을 위해 지난한 여정을 거쳐 온 장애인부모회 어머니들에 주목하며 그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인다.
아이의 장애를 처음 알게 된 순간에 대한 회상과 눈물, 자녀로 인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매일을 기쁘게 보내는 모습, 장애 자녀를 묵묵히 기다려주고 아이들이 각자의 속도에 맞춰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모습 등은 자녀를 향한 어머니들의 무한한 애정과 애틋한 모성을 보여준다.
영화는 또 많은 사람들이 관심 밖에 두고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던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권에 대한 문제가 나와 상관이 없는 사회 이슈가 아니라 언제든 내 가족,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환기시킨다.
아울러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시선을 날카롭게 포착하지만 동시에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부분도 사려 깊게 담아낸다. 편을 나누기보다는 지금 우리의 편견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우리에게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꼼꼼히 들여다본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