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라벨 한글로 변경 '표기 빼'
수입업체 서류만 믿고 유통 허가
같은 업체 '소브산칼륨' 적발 이력
올해 2월 뒤늦게 밝혀져 회수조치
5일 경인식약청 등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업체인 A사는 중국에서 수입한 B음료를 국내에서 판매하고자 지난달 경인식약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경인식약청이 B음료를 국내에 유통해도 된다고 허가한 것인데, 이 음료에는 '니신(nisin)'이라는 성분이 포함돼 있다. 니신은 식품의 부패나 변질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보존료로, 국내에선 가공 치즈 외 다른 식품에 사용할 수 없다.
중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B음료 라벨에는 니신이 표기돼 있지만, 경인식약청 허가를 획득한 제품엔 없다. A사가 한자로 된 라벨을 한글로 변경하면서 니신 성분 표기를 뺀 것이다.
식품 수입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 완제품의 성분을 확인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라며 "경인식약청이 수입업체 서류만 믿고 제품의 성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이어 "'알몸 절임 김치' 영상 등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며 "중국산 제품은 더욱 철저히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특히 A사는 올해 2월에도 중국에서 수입한 음료에 금지 성분인 '소브산칼륨'이 포함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경인식약청이 회수 조치하기도 했다. 적발된 이력이 있는 업체가 비슷한 제품을 수입했는데도 경인식약청이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경인식약청은 이달 초 경인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A사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 B음료에 니신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판매 중단 조치했다. A사는 경인식약청 조사에서 "아직 소매 유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인식약청은 A사가 수입 신고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는지 등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수입업체가 작성한 신고 서류와 현지 제조업체의 증명서를 제출받아 적합 여부를 판단한다"며 "모든 직원이 외국어를 완벽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수입업체 서류를 토대로 적합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또 "A사가 니신이 포함된 음료를 들여온 경위 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