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재테크 터득"
테슬라·애플 1주씩 구매도
작년 주식계좌 60만명 '훌쩍'
삼성전자 미성년 주주 5.34%

"어린이날 아이에게 무슨 선물을 할까 하다가 주식을 사줬습니다."

주식을 통한 재테크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성년자 주식계좌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자녀에게 자전거나 장난감과 같은 전통적인 어린이날 선물 대신 '우량주'를 선물했다는 부모도 나타났다.

5일 남양주에 거주하는 임모(35)씨는 지난해 태어나 처음 어린이날을 맞은 아이를 위해 주식 계좌를 터줬다.

임씨는 "주변에 초등학교 남자아이를 둔 친구들이 아이들에게 재테크 개념을 가르쳐준다는 의미에서 주식을 선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장난감을 사는 것보다 어린이날 사둔 주식이 오르는 걸 보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재테크를 터득할 수 있다는 그런 얘기였는데, 듣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아이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비단 임씨만의 얘기는 아니다.

안양에 사는 박모(35)씨 역시 아이 생일마다 테슬라나 애플과 같은 외국 우량주를 1주씩 구매하고 있다.

박씨는 "투자가 (아이가 커서도)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주식 통장을 보여주며 너를 위해 이렇게 아빠가 준비하고 투자해왔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지인은 아이 학원비에 돈을 붓는 대신 한 달에 몇 십만원 어치 주식을 사주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주식시장의 큰 상승으로 개미 투자자의 주식 참여가 늘면서 이런 현상은 가속화되는 추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미성년자 증권계좌가 9만8천44개 늘어난데 이어 2월 13만4천413개, 3월 12만9천80개 등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또 미성년자 중 주식계좌를 보유한 수는 2018년 18만7천532명, 2019년 20만4천696명, 2020년 60만1천568명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증가폭이 컸다. 이들의 보유주식 액수 역시 2018년 1조5천418억원에서 2020년 3조472억원으로 2년 사이 2배 가까이 불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좋은 주식은 묻어두면 결국 오른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대형주, 우량주를 아이 이름으로 사두는 30~40대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 거래에 나이 제한은 없지만 주식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선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부모가 증여 등의 목적을 가지고 자녀에게 주식을 주는 경우도 많고, 최근에는 직접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청소년도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비단 어린이날 이슈가 아니더라도 미성년자의 주식 시장 참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20대 미만 주주는 11만5천83명으로 미성년 주주가 삼성전자 전체 중에 차지하는 규모는 5.34%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588만2천569주를 보유했는데, 지난해 말 평가액 기준으로 4천765억원이나 되는 규모다.

삼성전자 미성년 주주는 5년 전인 지난 2016년 연말 1천290명에서 계속 증가해왔다. 2018년 1만5천21명으로 10배 이상 늘더니 다시 2년 사이 10배가 또 늘어난 것이다. 이런 상승에 힘입어 20대 미만 주주 비율 역시 2016년 1.93%에서 지난해 5.34%까지 늘었다.

미성년 주주 1인당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평균 51주가량으로 나타났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